"환갑잔치인 줄 알았으면 건축가 선생님들이 더 많이 오셨을 텐데…" 건축가 김봉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는 아쉬워했다.그랬다. 10일 오후 7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김원씨의 산문집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열화당 발행) 출간기념회에 온 사람들 270명 가운데는 이 자리가 그의 회갑연을 겸하는 자리라는 것을 아는 이가 드물었다.
이 날 사회를 맡은 피아니스트 박은희씨조차 "며칠 전에 사회를 맡아 달라면서도 30년간 쓴 산문 수필집을 낸다길래 그런 줄로만 알았지 뭐예요. 원래 김원선생님이 자연스런 것을 좋아하거든요. 정말 재미있었지요?"한다. 김원씨는 "하하, 괜히 봉투 들고 오겠다고 할까봐 내가 속였지요"하고 장난스런 눈웃음을 친다. 그야말로 '깜짝' 회갑연이 열린 것이다.
이날 자리는 김 원씨가 평소 교유하던 이들을 모신 즐거운 잔치자리였다. 맛있는 음식과 잔치국수와 포도주가 푸짐하게 차려졌고 그의 평소 관심사대로 건축가 환경운동가 예술가 학자 종교인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김원의 삶과 사람들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그의 책에 등장한 지인들은 거의 빠짐없이 왔다. 소설가 전숙희씨,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정치인 이철씨, 염보현 전 서울시장,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 다양했다. 공일곤, 윤승중 같은 원로 건축가들도 얼굴을 비췄다. 그가 아끼던 상쇠 고 김용배와 가깝던 국립국악원의 박은하와 여러 사람이 나와 살풀이와 대금산조를 선사하는 가운데 그를 좋아하는 이들의 덕담이 이어졌다. 그의 건축계 선배인 원종수·지순 부부는 "재주 많은 후배" 김원이 건축가로서 해온 업적들을 칭찬해주었고 환경운동가 최열씨는 "쌀 물 땅, 한 자짜리 글자가 퍽 중요한데 김원 선생님은 나처럼 외자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서 환경운동가로서도 중요한 일을 많이 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이어 이기웅 열화당 사장이 "오늘 회갑을 맞았다"며 작가로서의 김원씨를 소개하자 그제야 사람들은 아이쿠나하고 회갑연에 초대됐음을 알아차렸다. 김원씨와는 신자와 본당신부로 만나 한강성당이라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완성케 한 인연이 있는 함세웅 신부는 "모든 일에는 기초가 중요한데 건축가 김원씨는 이걸 잘 알고 있다"고 덕담을 했다. 잔치는 밤 10시까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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