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0일 전화외교에 매달렸다. 텍사스 크로포드의 목장과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각각 우정을 쌓은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 주석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그가 외교적 난제에 부닥쳤을 때마다 찾는 전화 회담의 단골 파트너다.부시 대통령은 이날도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중국의 江 주석에게는 이라크 2차 결의안 표결 협조를 부탁하고, 안보리 이사국인 아닌 일본의 총리에게는 '지원 사격'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제적 여론은 싸늘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혈맹 프랑스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관한 한 적국이나 다름 없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 전쟁을 허용하는 유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천명, 반전(反戰)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미국 편에 설 것으로 기대했던 러시아의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마저 프랑스와 함께 '비토(거부권) 대열'을 이룰 것이라고 천명, 부시 대통령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부시는 이미 개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6일 밤 안보리 표결 결과에 관계없이 미국의 갈 길을 가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국제적 지지 없는 전쟁이 달가울 리 없다.
유엔의 승인이 없다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축출에 성공한다고 해도 전후 복구에 드는 막대한 비용의 국제적 분담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현실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전쟁을 공언한 부시 대통령의 선택은 두 가지다. 결의안의 부결에 관계없이 전쟁을 치르거나 결의안 표결을 아예 무산시키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25만 명이 넘는 대군을 걸프 지역에 배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 계획을 철회하기는 어렵다. 국내외 반대가 심할수록, 그에 대한 인기가 떨어질수록 2004년 재선을 노리는 부시의 시선은 더욱 이라크로 향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날 미국의 언론들은 '고독한 부시''부시의 딜레마''부시의 무거운 짐'등의 제목을 달아 부시 대통령의 이런 처지를 분석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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