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아태평화위가 10일 "한나라당이 대선 전에 밀사를 파견해 집권하면 DJ 정부보다 더 통이 큰 대북지원을 할 것이라고 제의했다"고 폭로하면서 진위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측의 '폭로'는 대북비밀송금 특검에 대한 정치권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대북밀사 파견설은 정치권에서 소문 수준으로 나돌던 것이었다. 월간 신동아는 최근 대북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한나라당이 지난해 9월 평양에 밀사를 파견, 대북정책 기조가 '전략적 상호주의'로 바뀌었다는 점과 이회창(李會昌) 후보 집권시 DJ 정부 때보다 많은 지원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신동아는 밀사가 파견된 이후 이 후보에 대한 북한의 비난 공세가 크게 줄었고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 등 깜짝 카드도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기 이 후보의 중국 방문을 놓고도 비슷한 설이 유포됐었다. 당시 이 후보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김 국방위원장의 답방 등 신(新)북풍을 우려해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다이빙궈(戴秉國)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개별적으로 만나 북한을 달래달라고 요청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방중을 수행했던 한 의원은 "언론에 보도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 같아 이 후보를 말렸다"면서 "당시 이 후보는 당의 대북정책이 보수일색이라는 평가 때문에 상당히 조급해 했다"고 말했다.
대북 밀사로 거명되고 있는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북한측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박재규(朴在圭) 전 통일부 장관은 같은 시기에 북한을 방문했고,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가까웠다는 점 때문에 집중 거명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방북해 김용순 노동당 비서와 전금철 내각책임참사 등 옛 파트너들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한나라당의 메시지를 전하러 간 것은 아니다"라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한나라당 모 의원도 이 후보의 측근인데다 언론 노출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정황 때문에 이름이 오르고 있으나 "지난해에는 그런 사실을 알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특검법을 무산시키려는 모략전술이자 압박"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 이어 아태평화위가 대북 뒷거래 사건과 관련해 거짓말로 중상모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왜 이 시점에 북한이 민주당과 같은 톤으로 특검이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민주당과 북한 정권의 커넥션을 제기하며 역공을 가했다.
그러나 특검제를 막기 위해 연일 선전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측이 앞으로 추가폭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한나라당과 북한 사이의 공방도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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