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대기선에 나란히 서면 한번 쳐다보게 되는 차가 있다. 그런 차 운전석에 앉아있으면 은근히 기분이 으쓱해진다. 지난달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다지(Dodge) 다코다가 그런 차 중의 하나다. 리터 당 1,500원을 향해 달려가는 고유가 시대를 초연(?)한 넉넉한 크기가 우선 시선을 끈다. 크기에 어울리게 8기통 4,701㏄엔진을 달았다. 235마력의 막강한 출력을 지닌 이 2003년형 매그넘 엔진은 지프 그랜드체로키 것을 픽업트럭에 맞도록 손본 것이다.4년 연속 미국의 컴팩트 픽업 시장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만큼 다코다는 여러 면에서 '미국적'이다. 국내에 들어온 모델은 4개의 문이 달린 '쿼드캡 4x4' 최고급형.
우선 강력한 엔진이 받쳐주는 부드러운 주행감이 연비보다는 성능을 우선시하는 미국차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별히 급가속할 필요가 없다면 온로드는 물론 오프로드에서도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을 일이 없다. 대부분 차들이 헛바퀴를 돌리며 진땀을 빼는 진흙길도 2,000rpm 이하의 저회전으로 조용히 건너간다. 대개 픽업들이 차체 뒤쪽이 가벼워 뒷바퀴가 잘 미끄러지지만 다코다는 차동제한장치(LSD)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운전석에서도 미국적 실용주의를 느낄 수 있다. 거의 꾸미지 않은 검정색 톤의 일자형 대시보드를 채택했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는 오디오와 온도조절 스위치만 간결하게 달려 있다. 하지만 수줍게 숨어있는 8개의 인피니티 레이블의 스피커는 최상급 스테레오 음질을 들려주며, 3개의 컵 홀더와 커다란 센터콘솔 등 곳곳에 실용적 수납공간이 세심하게 배치돼 있다.
그러나 '미국적'이기 때문에 우리 여건에 맞지 않는 점들도 눈에 띈다. 우선 90도 각도로 활짝 열리는 뒷문은 덩치 큰 사람도 쉽게 내릴 수 있지만, 비좁은 국내 주차장에서는 옆차 문에 부딪히기 십상이다. 운전대에 달려있는 오토 크루즈 컨트롤 장치 역시 국내 도로사정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다코다의 국내 판매가격은 부가세 포함해서 4,580만원. 화물차이기 때문에 자동차세가 연 2만8,500원에 불과하다. 또 LPG차로 개조가 가능해 유지비도 아낄 수 있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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