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으라구, 나중에 조정하면 돼."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11일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고 공포한 뒤 여야간 합의로 수정안을 제출하도록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권유했다. 노 대통령도 김 총재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좋은 생각이며 자민련이 나서달라"고 동의했다고 송경희(宋敬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노 대통령과 자민련 지도부와의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40분간 계속됐다. 노 대통령은 "대북 송금문제는 국민정서나 시대적 요구에 따라 밝히지 않을 도리가 없다"면서"전 정권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자금 조성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에 넘어간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해선 외교문제도 있으니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다"면서 "중요한 남북관계는 추진 전에 여야와 협의하겠지만 사전협의까지 밝히라는 것은 남북관계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자민련이 당세는 약하지만 대통령이 하는 일에 협력하고 정성껏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총재는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이 "한나라당은 당사가 누추해 대통령을 못 모시겠다고 하더라"고 말하자 "제일 좋은 당사를 갖고 있으면서 왜 그래"라고 퉁명스럽게 답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만찬 모두에서 "김 총재께서 대선 때 반대편에 서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는 데 오히려 힘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사의를 표했다. 그는 "저도 정치하면서 찬밥을 하도 먹어 소수파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다"면서 자민련에 대한 배려를 약속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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