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주 5일수업 시범운영/노는 날 아니라 체험학습일이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주 5일수업 시범운영/노는 날 아니라 체험학습일이죠

입력
2003.03.12 00:00
0 0

"토요일에 몇몇 친구들과 선생님과 같이 노인정에 갔다.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 준비한 장기자랑을 시작했다. 우리 반 친구들은 '볍씨 한 톨'이라는 연극을 했고, 2반의 한 친구는 신나고 재미있게 트로트를 불렀다. 할머니들이 매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뻤다."서울 신기초등학교 6학년 찬영이가 학교에 제출한 '토요 휴업 보고서' 이다. 같은 학교 3학년 성희는 퀴즈대회에 나가기 위해 동화책을 보고 준비를 했다. 그런가 하면 서울 당서초등학교에서는 '꼭꼭 숨어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의 전통놀이로 토요일을 즐겼고 창림초등학교는 종이가방 만들기, 물고기 접기 등 종이접기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2001년부터 시작된 주5일수업 시범운영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해부터 주5일 수업을 실시하는 학교는 모두 15개. 월 2회 토요 휴업을 실시하고 있다. 교과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체험학습을 토요일에 집중적으로 하고, 수업시수(時數)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개학식이나 종업식에도 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대부분 학부모들은 "주5일 수업을 하게 되면 주말에 아이들을 보낼 곳이 없다"고 걱정한다. 결국 학원으로 몰린다거나, 탈선의 유혹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아이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토요일을 보낸다. 평일과 차이가 있다면 책상에 앉아 책을 보는 대신 다양한 체험학습을 한다는 것. 이들 학교에서는 아이들은 나오지 않더라도 선생님들은 출근해 아이들과 학습프로그램을 관리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주5일 수업이 전면 실시되면 일부는 보조원으로 대치할 계획이다.

인터넷상의 가상학교도 토요일의 훌륭한 학습공간이 되었다. 한양초등학교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원격 가상학교 '버추얼 스쿨'을 통해 가족에게 감사장 만들기, 자연을 이용한 가옥 알아보기 등의 과제를 내주었다.

지역사회에서 도움도 받았다. 목동 신기초등학교의 경우 양천구청 등에서 별도의 예산까지 편성해 책읽고 독후감쓰기(고척도서관), 소방교육과 실습(양천소방서), 사물놀이와 고전무용(양천문화원)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강남의 대진초등학교도 역시 사회복지시설과 복지회관을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주변에 상가만 있고 지역기반시설이 없는 학교에서는 이런 도움을 받기가 불가능하다. 맞벌이부부의 자녀 등 '나홀로 학생'들에게 학교나 지역문화시설을 이용하는 데 우선권을 부여했다.

또한 학부모가 같은 반 아이들을 모아 박물관견학, 주말농장견학, 독서활동 등을 주관하는 '학부모 도우미방'도 운영했다. 이러한 실험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난해 11월 설문조사 결과 교사와 학생은 80∼90%, 학부모는 70%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한 대부분 학생들이 우려와는 달리 학력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교육청 손 웅 장학사는 "주 4일 전면휴업을 하거나, 대상이 고교생까지 확장되면 운영이 힘들어지겠지만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며 "토요일을 '노는 날'이 아닌 '체험 학습일'로 운영하면 학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