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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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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섬 여행이 몇 있습니다. 가장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삽시도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충청도의 작은 섬입니다. 즐거움 보다는 섬에서받았던 고통 때문입니다.중학교 때 친구들과 캠핑을 갔습니다. 넓은 백사장에 송림이 울창했고,해변 한쪽으로 맑은 물이 담긴 우물까지 있었습니다. 캠핑을 하기에 그만이었습니다. 마을 어른들이 “웬만하면 민박을 하라”고 했지만,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싶어 송림 속에 텐트를 쳤습니다.

저녁도 맛있게 지어먹고, 기타치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부러울 게 없었지요.

어둠이 내리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바로 모기 때문입니다. 삽시도의모기는 모기가 아니었습니다. 전투기처럼 사정없이 날아와 꽂힙니다. 군용담요 속으로 기어들어갔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뚫고 들어옵니다. 모래를파고 그 안에 들어가 다시 모래를 덮었습니다.

모래까지 뚫고 들어옵니다. 별 수 없이 모두 물 속에 들어가 뜬 눈으로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여명이 어찌나 반갑던지. 모기 물린 상처에 짠 바닷물까지 들어가 몸뚱이가 모두 자갈밭이 됐습니다. 온몸으로 기억하는 섬여행입니다.

두번째는 즐거운 기억입니다. 몇 년 전 돌아봤던 백령도에서였습니다. 워낙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지만 특히 먹거리가 매력적입니다. 두무진이라는경승이 있습니다. 두무진을 구경하는 유람선이 떠나는 곳에 소주를 마실수 있는 좌판이 있습니다.

안주가 특이합니다. 성게입니다. 털이 솟은 산 성게를 열십자(十)로 따서찻숫가락으로 알을 떠먹습니다. 바다의 향기가 이런 것이구나! 코가 확 뚫리는 기분입니다. 요즘도 출출해지면 백령도에서 먹었던 성게의 향기를 떠올립니다. 입과 코가 기억하는 섬여행입니다.

차를 몰아 욕지도 일주도로를 두번이나 돌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올망졸망한 마을 뒤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기암의 절벽들, 몽환적으로 다가오는 섬들, 그 사이를 유령처럼 날아다니는 새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모습이 환영처럼 떠오릅니다. 욕지도여행은 진정 아름다운 섬여행이 될 것입니다.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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