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欲知島 / 海霧속 꼭꼭 숨은 단절된 자유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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欲知島 / 海霧속 꼭꼭 숨은 단절된 자유를 만난다

입력
200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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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바다. 검은 바위가 물 위에 떠있다. 다가온 파도가 바위를 때린다. 하얀 포말. 검은 바위는 더욱 검어졌다. 안개가 걷히는가 싶더니 평평한 것만 같던 수평선에 돌기가 일어난다. 역시 검은 바위다. 바람이 안개를 걷어내는 속도를 더하면서 바위섬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까만 새들이 날아간다. 워낙 멀어 점으로 보인다. 남으로 떠나는 철새들이겠지.눈으로만 들어오던 풍광이 귀로도 들린다. 철썩 철썩…, 절벽을 적시는 파도소리. 끼룩 끼룩…,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의 울음소리. 선경(仙景)이 바로 이런 것일까.

욕지도(경남 통영시 욕지면)는 가슴으로 찾는 섬이다. 시끄럽고 요란한 여행을 원하는 나그네는 반갑지 않다. 육지와 단절된 자유를 음미하고, 거친 바다와 그 바다에 굴하지 않는 강한 바위 절벽의 아름다움을 알고자 하는 이들의 몫이다.

섬 이름도 그래서 '알고자 하는 의욕'을 뜻하는 욕지(欲知)다. 100여년전 노승이 시자승(侍者僧)을 데리고 산에 올랐다. "스님 도(道)란 어떤 것입니까?" 묻는 시자승에게 "욕지도관세존도(欲知島 觀世尊島)"라고 대답하며 섬을 가리켰다. 그래서 섬 이름이 됐다고 한다.

욕지도는 거느린 섬이 많다. 욕지면은 두미도, 상·하노대도, 우도, 연화도 등 12개의 유인도와 27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같이 거친 섬들이다. 주섬인 욕지도에도 모래사장이 거의 없다. 해안선은 깎아지른 벼랑과 바위 투성이 해변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아름답다. 섬을 빙 돌아 일주도로가 나 있다. 잘 닦여진 도로가 아니다. 겨우 차 한 대가 지날 정도의 좁은 길이다. 바닥이 낮은 차로 돌면 몇 번의 마찰음을 각오해야 한다.

가장 남쪽인 삼여도 인근 해안도로에 멈춘다. 차를 세울 수 있도록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발 아래는 낭떠러지. 섬과 맞붙어 한쌍의 촛대바위가 푸른 물 속에 잡겨있다.

눈을 들면 3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삼여도가 보인다. 맑은 날은 오히려 운치가 떨어진다. 옅은 안개에 보일 듯 말 듯 모습을 드러내는 삼여도는 말 그대로 수묵화이다. 특히 아침이 아름답다. 주변의 좌시리도, 국도, 갈도 등이 아침 햇살을 받아 함께 반짝거린다.

선착장이 있는 동항리 뒷산에 오른다. 천연기념물 제343호로 지정된 메밀잣밤나무숲이 있다. 키가 20m쯤 되는 나무가 100여 그루 있다. 천연기념물이기 이전에 방풍림 역할도 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각별히 신경을 쓰며 아낀다. 동항에는 욕지도 패총이 있다. 전력공사를 하다가 발견한 패총에서는 인골이 묻힌 돌무지와 유물이 함께 발굴됐다. 남해안 신석기문화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다.

덕동이라는 마을이 그런대로 알려져 있다. 해수욕장 덕분이다. 하지만 여름철이 지나면 찾는 이가 드물어 나그네의 마음이 더욱 편안해진다. 아담하다. 300m 정도 되는 짧은 해변은 거닐기도 싱겁다. 역시 모래해변이 아니다. 까만 몽돌이 깔려 있다. 몽돌밭에 주저앉는다. 밀려오는 파도를 본다. 바닥이 검은데도 물이 저렇게 푸를 수 있구나. 절로 감탄이 인다.

눈을 감는다. 파도가 몽돌을 쓸어내리는 해조음이 들린다. 돌을 하나 들어 바다로 던진다. '퐁.' 그러나 글로 표현되는 소리가 아니다. 하늘 나라의 소리이다. 어느덧 귀도 신선이 된다.

/통영=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가는 길

수도권에서 출발한다면 긴 여정이다. 대전-진주고속도로를 타고 진주까지 간 후 남해안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사천IC에서 빠져 33번 국도를 타고 고성을 거쳐 통영항(055-648-2927)에 이른다. 통영에서 욕지도로 들어가는 배는 모두 2편. 욕지수협에서 운영하는 카페리호와 정기여객선인 제3금룡호(삼덕항에서 출발)이다. 모두 4차례씩 왕복한다.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요금은 성인 기준 7,800원. 자동차는 준중형기준 2만원이다. 섬에는 대중교통수단인 버스가 1대 있고 택시는 전혀없다. 버스도 배 도착 시간에 맞춰 운행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차를 갖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욕지여객터미널 587- 6772.

머물 곳

잘 갖춰진 숙박시설은 아예 기대를 하지 말도록. 규모가 작은 여관이나 민박을 이용해야 한다. 선착장 인근에 여관이 몇 있다. 협동장(055-642-5244), 부산여관(642-5209), 욕지여관(643-5161), 인정여관(642-5290), 신흥여관(642-5036) 등이다. 단체여행이라면 덕동마을의 고래머리 관광농원(641-6089)을 이용하면 좋다. 비교적 현대식으로 지어놓은 숙소이다. 욕지도에서도 전망이 빼어난 곳에 위치해 있다. 덕동에 민박집이 많다. 김길준(642-5422), 김옥자(643-5081), 김복원(642-5410)씨 등이 민박을 친다.

먹거리

선착장 인근에 식당이 몇 곳 있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아예 문을 닫고 장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문을 열었다면 싱싱한 자연산 회를 맛볼 수 있다. 특이한 음식은 흑염소. 섬의 언덕에 흑염소를 놓아 방목한다. 삼지구엽초, 칡뿌리 등을 먹고 자란 욕지도의 흑염소는 약용으로도 이름이 높다. 고래머리 관광농원 등에서 흑염소 수육을 맛볼 수 있다. 욕지도의 또 하나의 특산품은 고구마. 온화한 날씨 속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욕지 고구마는 경남 지역에서도 알아주는 품종. 밤고구마가 아니라 완전히 돌고구마다. 차를 가지고 갔다면 한 상자 구입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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