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찬제(41·사진)씨의 네번째 평론집 '고독한 공생'(문학과지성사 발행)은 '당신'에게 말을 건네는 글이다. 그리고 그 '당신'이 말을 하도록 한다.평론집의 제목은 프랑스 문예이론가 츠베탕 토도로프의 표현 'Living Alone Together'에서 따온 것이다. 우씨는 "함께인 듯 홀로 살고, 홀로인 듯 함께 사는 우리네 삶의 어정쩡한 혹은 불우한 모습이나 실상에 대해 골몰했다. 실제 삶과 문학의 관계는 '고독한 공생'이다. 문학 텍스트와 비평의 관계 역시 그렇다"고 말한다.
텍스트와 비평은 함께인 듯 홀로 살고, 홀로인 듯 함께 산다. 평론가는 텍스트에게 말을 건네고, 텍스트가 말을 하도록 이끈다.
우씨는 1990년대 이후 문학을 고통스럽게 한 '위기'와 '죽음' 등의 진단을 두고, 언제 문학이 위기가 아니었던 때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한 문학이 사라지고 다른 문학이 부상하는 문학사에서 문학의 위기 논의는 어쩌면 문학의 지배적 담론에 매료된 보수적 관점의 소산으로 보이기도 한다…. 즉 문학은 문학의 죽음을 통해 거듭 문학으로 살아왔다. 게다가 문화예술적으로 격동기이건 안정기이건 항상 좋은 문학은 소수에 불과했고 또 소수의 관심사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1세기에도 문학은 그 자신의 죽음을 거름으로 삼아 생명을 이어간다. 그가 보기에 21세기 문학이 나아갈 길은 '열린 텍스트'를 향하는 것이다. 독자가 작품을 좇아서 읽고, 쉬고, 침묵하는 과정을 통해 텍스트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이인성씨의 소설은 열려 있다. 소설이 가짜 이야기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독자로 하여금 이 전제에 암묵적으로 합의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성석제씨의 소설도 열려 있다.
우씨의 비평은 우리 작가들이 21세기 문학의 생명을 이어간다는, 밝은 전망이기도 하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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