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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한국근대문학 초석 9人의 업적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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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한국근대문학 초석 9人의 업적 조명

입력
200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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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은 어느 때보다 다양한 분야의 문인들이 태어난 해였다. 시인 김영랑, 시조시인 이은상, 소설가 최명익 송영 윤기정, 수필가 김진섭, 평론가 김기진, 국문학자 양주동, 아동문학가 윤극영이 그 해 탄생했다. 이들은 풍부한 갈래만큼이나 저마다 선택한 이념의 길도 달랐다. 한국 근대문학 100년의 초석을 다진 이들 9명을 기리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문학제'가 대산문화재단과 작가회의의 공동주최로 4월24, 25일 개최된다. 생애와 업적을 조명하는 심포지엄과 문학의 밤 등이 열리게 된다.김기진(1903∼1985)은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APF)을 주도하면서 본격적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일찍이 시와 소설을 두루 발표할 정도로 문재(文才)가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빛난 것은 평론이었다. 소설 창작을 건축에 비유, 평론가 박영희와 1년 여에 걸쳐 벌인 '소설 건축설 논쟁'은 특히 유명하다. 근대문학비평의 개척자로 꼽히는 그는 그러나 일제 말기 친일 경력의 그늘을 남겼다.

소설가 송영(1903∼1978)과 윤기정(1903∼?) 역시 KAPF 참여 문인으로 광복 후 월북했다. 송영은 노동자 계급의 삶을 작품 소재로 삼았으며, 이를 형상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의 소설은 막노동으로 연명했던 젊은 시절 체험이 담긴 것이었다. 윤기정은 노동자의 단결을 호소하는 소설을 썼으며 예술적 완결성보다 목적 의식을 강조한 이론가이기도 했다.

소설가 최명익(1903∼?)은 지식인의 불안한 내면 세계를 그리는 데 탁월했다. 일제 말기 자유롭게 현실을 묘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된 대안이었다. 소설 '심문'은 이상의 '날개'와 함께 뛰어난 심리주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김영랑(1903∼1950)은 시의 본류가 서정에 있다고 믿었다. 그는 섬세하게 조탁한 시어에 아름다운 감성을 담는 것으로 서정 미학을 실천했다. 박용철 정지용 등과 함께 '시문학'을 창간, 서정시 운동에 앞장섰으며 일제 말기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등 항일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양주동(1903∼1977)의 업적은 무엇보다 일본 학계의 아성을 허물고 향가 연구에서 독자적 지위를 얻었다는 데 있다. 그의 향가 연구 결과는 '조선고가연구'로 집대성됐다. 이 책은 그의 고려가요 연구서인'여요전주'와 더불어 우리 옛 노래에 대한 역저로 남아 있다.

윤극영(1903∼1988)은 한국 동시·동요의 선구자로 꼽힌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으로 시작하는 '반달'과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으로 시작되는 '따오기' 등은 일제 시대의 망국의 한을 동요에 담았다. '까치 까치 설날은' 등을 통해 민족의 얼을 전하는 데 힘썼다.

시조는 이은상(1903∼1982)을 통해 현대화를 이룰 수 있었다. '가고파''성불사의 밤' '사랑' 등이 가곡으로 만들어져 이름을 알렸다. 시조의 3장 중 초·중장을 하나로 줄여 2장으로 만든 양장 시조를 만드는 등 치열한 실험 정신을 발휘했다.

김진섭(1903∼?)의 수필은 한국 수필문학의 모델로 꼽힌다. '인생예찬' '생활인의 철학' 등에서 그는 깊이 있는 관찰과 사색을 담백한 문체로 엮었으며, 수필을 문학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로자로 평가받는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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