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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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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 남해

입력
200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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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산림청 임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생태기행 '마을 숲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전국의 전통 마을숲을 돌아보며 그 속에 녹아있는 조상의 지혜와 삶의 애환을 들려주는 기획입니다. /편집자주

경남 남해군은 상주해수욕장, 금산 등으로 유명한데다 고속도로 등 길도 잘 뚫려있어 육지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올 4월에 사천시와 연결하는 다리가 개통되면 말발굽처럼 섬을 한 바퀴 돌아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한양에서 천사오십리'(신증동국여지승람)라고 할 만큼 왕도(王都)가 아득히 멀기만한 남쪽 나라였고, 때를 잘못 만난 선비들에게는 눈물의 유배지였다. 이런 선비들은 임금을 향한 그리움에 북향재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경관에 취해 "바다에 한 점, 신선의 섬(一點仙島)'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남해섬에서도 1㎞ 정도 더 들어가야 되는 삿갓섬 노도는 서포 김만중이 구운몽을 지은 곳이다.

남해섬은 전통 숲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남해섬은 바다를 향하고 있어서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 그래서 숲의 역할이 어느 곳보다 중요했다. 바닷바람을 막고 살림살이나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남해섬은 지형이 복잡하고 평지가 적어서 작은 경지마저도 풍랑으로부터 보호하지 않으면 다 쓸려 내려갈 뿐만 아니라 농사도 짓기가 어렵다. 때문에 해안 방풍림은 필수다.

해와 달이 빚어 놓은듯한 기암괴석이 산의 이곳 저곳을 꾸미고 있는 금산은 울창한 난대림으로 덮여있다. 남극의 노인성(老人星)이 잘 보인다고 무병장수를 비는 사람도 많다.

전설에 따르면 금산은 조선 개국과 관련된 이름이다. 새 나라를 열고자 하는 이성계는 지리산에서 기도를 해도 반응이 없자 이곳 보광산(금산의 옛 이름)에 와서 만일 새로 왕조를 열 수 있도록 해주면 이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조선의 태조가 되고 나서 약속을 지키려니 현실적으로는 방법이 없었다. 한참 고민 끝에 무학대사의 말을 듣고 아예 산 이름을 금산으로 바꾸어서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는 말로만 하는 것인가 보다.

하지만 몸을 던져 나라를 지킨 역사도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끝 무렵 이 곳 남해섬 주변이 왜군에게 설욕할 수 있는 최적의 자리로 보고 격전을 벌이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다. 남해섬에 들어가다 보면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유허'가 있는데 "이충무공의 목숨이 이곳에서 떨어졌다"는 뜻으로 이락포(李落浦)라고 불린다. 비장한 역사적 사건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곳이다. 4월이면 입구에 온통 벚꽃이 만발하여 또 다른 고향 숲을 만드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신준환·산림청 임업연구원 박사 www.kfri.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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