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1813∼1901)의 '라 트라비아타'는 한국에서 최초로 공연된 오페라로도 유명하다. 1948년 1월 시공관에서 임원식씨의 지휘로 김자경, 이인선, 황병덕 등 한국 오페라의 선구자들이 무대에 올렸다. 고(故) 김자경씨는 이 인연으로 '영원한 비올레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 '라 트라비아타'를 예술의전당과 한국오페라단이 잇따라 같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린다. 예술의전당은 15∼21일, 한국오페라단은 28∼30일이다.같은 오페라를 같은 무대에서 이어 보면서 서로 다른 묘미를 느껴보는 것은 오페라 팬에게는 즐거운 일이지만 두 오페라단에게는 바로 그런 이유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오페라극장 개관 10주년 기념 작품으로 특별히 기획했고 한국오페라단도 국내 최초로 일본 오페라단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만큼 양측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고 상대적으로 흥행 부담이 적은 예술의전당에 비해 민간단체인 한국오페라단의 부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오페라단측은 "우리가 먼저 기획했지만 나중에 예술의전당이 같은 레퍼토리를 하겠다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전용 극장이 없는 서러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라 트라비아타'는 '삼총사'로 유명한 알렉산드르 뒤마의 아들 뒤마 피스의 자전적 소설 '춘희'(椿姬·동백아가씨)를 대본으로 베르디가 작곡, 1853년 3월6일 초연됐다.
올해가 150주년이라는 점에서 오페라단의 집착이 컸다.
한때 '춘희'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한 이 오페라는 여러모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다. 유명한 '축배의 노래' 등 열정적이고 친숙한 멜로디 속에 파리의 고급 창녀인 비올레타와 귀족 청년인 알프레도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는 우리 멜로 영화가 흔히 다룬 소재여서 그만큼 정서적으로 익숙하다.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의 차이 때문에 갈등을 빚고 결국 병에 걸린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 한국오페라단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의 무대는 일본 양대 오페라단의 하나인 후지와라 오페라단과 함께 하는 점을 고려, 제목은 '춘희'를 사용했다. 이탈리아의 페르치오 빌라그로가 디자인한 무대와 의상을 그대로 날라 와 배경인 19세기 프랑스 사교계를 재현한다. 비올레타역은 세계적 소프라노 드미트리 테오도슈와 일본 정상의 메구치 마사코, 연출은 이마이 노부아키, 지휘는 하로가미 준이치 등이 맡는다. 알프레도 역을 맡은 일본 제일의 테너 이치하라 타로와 하노버오페라극장 전속 주역인 박기천씨의 역량도 크게 관심을 끈다. 일본에서는 합창단과 스태프 150여명, 한국에서는 무용단과 오케스트라 150여명이 참여한다. 연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2만∼13만원. (02)587―1950
● 예술의 전당
예술의전당 버전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은 '현역 최고의 비올레타'라는 평을 듣는 불가리아 출신의 다리나 타코바(34). 첫 내한공연으로 본인은 "비올레타는 내 명함"이라고 자신 있게 내세울 정도다. "연출자는 무대재현자가 아니라 감독"이라고 말하는 이소영씨의 연출도 충실한 주인공의 심리묘사로 눈길을 끈다. 이번 공연에서도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함께 있다 가 조명이 꺼지면서 사랑에 빠지는 장면을 몰래 비올레타가 조명을 끄는 것으로 묘사하는 등 비올레타를 적극적 여성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중국계 테너 워렌 목과 김재형이 알프레도 역을 맡고 베르디 전문지휘자라는 로베르토 툴로멜리가 지휘를 맡는다. 의상은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가져 온다. 2만∼8만원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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