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리는 제 3차 세계 물 포럼을 앞두고 국제적인 물 문제 연구 기관인 세계수자원회의(WWC)는 최근 세계의 강과 대수층(帶水層)이 산업 오염, 배수처리, 과도한 지하수 남용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WWC는 10일 2025년까지 세계 인구의 절반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2050년 이전에 전 세계 인구 절반이 물 부족의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는 1월 말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보다 훨씬 충격적인 것이다. UNEP는 물 기근이 어류를 멸종시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전 세계에 걸쳐 해안 지역의 심각한 오염을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도 덧붙였다.2003년 올해를 '세계 물의 해'로 지정, 수자원 보호를 위한 각국의 효율적 대처를 촉구하고 있는 유엔은 지난해 11월 '물의 권리'(right to water)를 인간의 생존권으로 규정했다. 세계 물 부족 현상의 원인과 대책을 짚어본다.
무시무시한 경고들
영국의 NGO '워터에이드'는 세계 물 부족 현황을 경고하는 별도의 페이지를 개설, '공포요법'으로 물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이 경구들 중 하나를 소개한다. '매년 후진국에서 2,200만 명의 어린이들은 물 부족과 그에 따른 비위생적 환경으로 죽어가는데 이는 15초마다 1명이 사망하는 꼴이며 매일 점보 여객기 20대의 좌석을 꽉 채우는 숫자이다.'
유엔 산하 인간행동연구소(PAI)는 인구가 83억 명에 달할 2025년에 24억∼32억 명이 물 기근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하면서 대책 강구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의 4억∼5억명보다 최소 5배 이상 증가한다는 얘기다. 이런 배경에서 유엔 사회경제 인권 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안심하고 물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이는 세계 모든 국가들이 물의 확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의무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정된 재원, 식수
물 부족은 담수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UNEP의 '세계환경전망 2003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물(해수 및 담수) 14억 ℓ 중 불과 2.5%(3,500만ℓ)만이 인간이 식수와 농공용수로 이용할 수 있다. 이중 그린랜드와 남·북극의 빙하를 제외하면 실제 이용 가능 담수는 1%에도 못 미친다. 이렇게 한정된 재원은 기상재해와 낭비로 유실되고 있다. 세계는 이용 가능한 물의 70%를 농사에 이용하지만 이 과정에서의 낭비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영국 BBC 방송은 "중국에서 1톤의 밀을 생산하기 위해 1,000톤의 물을 소비한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2020년까지 농사용 물 17%가 부족할 것이며 인도 등지에서는 곡물 생산 감소 위기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파괴도 물 부족을 부추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랄해의 비극이다. 한때 세계 4대 내해였던 아랄해는 구 소련이 목화 재배를 위해 아랄해로 흘러드는 두개 강의 물줄기를 바꾸면서 사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인위적인 변화는 끔찍한 2차 피해를 낳기도 했다. 아랄해 주변 주민들의 폐결핵 암 발생율은 물줄기 변경 이전보다 30배 이상 증가했다.
지구온난화 엘니뇨 홍수 등 기상재해도 빼놓을 수 없는 주범들이다. WWC는 2025년에는 세계 인구 절반이 폭풍우와 기타 이상 기후의 영향을 받는 위험지역에 거주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최후의 종착점, 전쟁?
물 부족의 최종 종착점은 물 확보를 위한 국가간 전쟁일것이라는 암울한 관측이 무성하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향후 25년 이내에 아프리카의 나일 니제르 볼타 잠베지 등 4개 강을 둘러싼 수자원 확보 전쟁이 터질 것으로 예측했다. 49개 아프리카국의 절반이상이 전쟁에 휩싸일 것이라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갠지즈강 수원을 둘러싼 인도와 방글라데시 분쟁, 요르단강의 이스라엘―시리아― 요르단 분쟁,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주변의 터키―시리아―이라크 분쟁, 다뉴브강의 헝거리―슬로바키아 분쟁, 그란데강의 미국―멕시코 분쟁 등은 향후 전쟁으로 발전할 소지가 다분하다.
우리나라는
한국은 소말리아 르완다 모로코 벨기에 등과 함께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다. 연평균 강수량이 1,283㎜로 세계평균(973㎜)보다 30% 많지만 1인당 확보가능 강수량은 2,705톤으로 세계 평균(2만 6,800톤)의 10%에 불과하다. 계절별 지역별 강수량 편차가 심해 유실률이 높기 때문이다. 건설됐거나 건설중인 댐 1,200개를 보유해 국토면적 당 댐 밀도가 세계 1위인 우리나라는 2010년까지 18억 3,600만톤이 부족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물 사용량(374리터)은 물 풍요국 영국(323) 일본(357)을 상회한다.
대책은 무엇인가.
지난해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는 물 부족 고통을 겪는 인구의 규모를 2015년까지 반으로 줄이자는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행동계획의 실천을 담보하는 어떤 강제규정은 없다.
물 부족은 지구 재원의 재분배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워터에이드는 "개도국의 물 부족과 위생상태 개선을 위해 연간 270억∼300억 달러가 필요한데 유럽인들은 매년 110억 달러를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데 지출한다"고 꼬집는다. 제3세계의 가난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물 문제 역시 해결될 길이 없다는 지적이다. 환경학자들은 가능한 대안으로 정확한 수분 필요량만을 공급하는 환경친화적인 농법도입, 기상이변을 막는 산업정책 등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 물 포럼을 통해 환경학자들은 세계를 향해 다시 한번 경고의 목소리를 크게 낼 예정이며, 각국은 22일 물의 날을 전후해 수자원 보호를 역설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획기적인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개인들의 위기 절감과 실천만이 최상의 대책인 듯 싶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교토 세계 물 포럼
16일부터 23일까지 교토에서 열리는 '3차 세계 물 포럼'(World Water Forum)은 물 위기 심각성을 지적하고, 공통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지구촌 최대의 물 관련 행사이다.
1997년 모로코 마라케시를 시작으로 3년마다 열리고 있는 이 회의는 정부, 전문가, NGO, 시민들이 참가하고 있다. 특히 2000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2차 포럼에서 각국 정부는 식량 안보의 선행조건으로서의 수자원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지속 가능한 수자원 관리를 통한 생태계 보전을 다짐하는 헤이그 선언을 채택했다.
올해는 130여개 국 정부 대표와 NGO 등이 참가, 헤이그 선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할지를 논의한다. 또 물과 기후, 물과 식량 등 17개 이슈에 관한 토론이 진행되며 참가 정부 대표들의 수자원 각료회의도 열린다. 이 논의 결과는 '교토 각료선언'과 '세계 물 행동보고서'로 정리돼 각국의 수자원 정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도 이 대회에 각료를 파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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