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고등학생 사이에서는 퀵서비스를 이용해 여자친구의 학교로 꽃이나 선물을 보내는 게 유행이다. 퀵서비스 맨의 서비스 정신이 어찌나 투철한지 "반드시 본인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면 '수업에 방해된다'며 막아서는 수위의 방어를 뚫고 시간 맞춰 그녀에게 전달해 준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꼭 수업 시간에 보내야 한다는 것. 선물을 받은 여자 친구는 그 순간 학교에서 소위 '용' 되고, 남자 친구는 단번에 여자친구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사랑을 전하는 것도 이제 속도전이다. 사랑도 '퀵서비스'로 보내지 않으면 너무 늦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하지만 지난해 말 멤버 4명이 동시에 군에 입대하기 직전 발표한 크라잉넛(사진)의 4집 '고물라디오'에 실려 있는 노래 '퀵서비스 맨'은 요즘 세대의 사랑에 묻어 있는 소위 퀵서비스 정신을 꼬집는다. 결론은 '사랑은 퀵서비스로 배달하면 안 된다'.
"감사합니다. 퀵서비습니다." "예, 퀵서비스죠? 잃어버린 제 사랑도 배달되나요?" "네, 배달됩니다." 곡 중간 부분에 흘러 나오는 대화는 사랑 배달 전문 퀵서비스 맨과 의뢰인의 이야기. '배달 해드립니다 오직 초스피드/ 그리움에 빠진 연인들이나 원자폭탄도 배달됩니다/ 차가 막혀도 걱정 없는 나는야 퀵서비스맨'
하지만 퀵서비스처럼 빠르게, 돈 몇 푼과 잠시의 이벤트로 얻어낸 사랑이 오랜 시간 우직한 기다림 끝에 얻어낸 진득한 사랑과 같을까? 노래 속의 '퀵서비스 맨'도 결국 배달을 접고 만다. '오늘 하루 쉽니다 사고 났거든요/ 너무 빨리 가다가 여자한테 채였죠/ 이제 사랑은 배달 안 해요 너무 빠르면 안되거든요'
그래도 "요즘이 얼마나 바쁜 세상인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시 한번 '퀵서비스맨'의 노래에 귀 기울여보자. '그녀 맘도 몰라준 난 바보야 난 바보야/ 이제 사랑은 배달 안 해요/ 너무 빠르면 안되거든요'.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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