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는 지난해 여수해양엑스포 유치에 실패하자 부랴부랴 1월에 2012년 여수인정박람회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는 "전남은 물론 경남 서부권의 연계발전과 지난해 세계박람회 유치 실패에 따른 지역민들의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자 광주시는 곧바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사항이자 개발효과가 월등하다"며 2012년 광(光)엑스포 유치를 들고 나왔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경륜장과 전국체전 유치를 둘러싸고도 '건드리면 터질 정도'의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사정이 이러자 지역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서는 '집안싸움'으로 볼 텐데 중앙정부가 누구를 지원해 줄 수 있겠느냐"며 "닭 쫓던 개 꼴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같은 지역권의 광역자치단체들이 세수확대 등을 위해 비슷한 사업을 경쟁적으로 유치해 갈등을 빚고 있다. '돈 되는 사업' 이면 최소한의 룰도 지키지 않고 뛰어들어 감정싸움까지 벌이는 등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네가 하면 나도 한다?"
부산시는 최근 자동차·조선·기계·부품소재 산업에 정보·나노·생명·환경산업 분야를 접목시키는 '가야밸리' 조성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경남도가 2000년부터 추진중인 '메카노 21'(지식집약형 기계산업) 프로젝트와 상당 부분 겹쳐 중복투자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천시와 경기도도 컨벤션센터 건립을 둘러싸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가 일산에 컨벤션센터를 건립하겠다고 하자 인천시가 2007년 완공을 목표로 3,000억원을 들여 국제컨벤션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뛰어든 것. 유망 알짜사업이라는 전망에 수원시와 안산시까지 뛰어들어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경남도 내의 진주시와 의령군은 광역자치단체별로 1곳 정도가 허가될 전통투우장 유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명칭 놓고도 티격태격
부산과 경남의 경마장 건립을 둘러싼 싸움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당초 부산이 단독으로 추진중인 경마장사업에 경남도가 뒤늦게 숟가락을 얹고 나서 한바탕 혼전을 치른 끝에 경마장 부지 37만평을 부산 범방동과 경남 김해시 장유면에 절반씩 나눠 시도경계에 걸쳐지도록 합의했다. 가까스로 장소가 해결되자 이번에는 명칭문제를 놓고 마찰이 빚어졌다. 경남도가 '가야경마장' 등을 마사회에 요청해 놓았지만 부산은 '부산·경남 경마장'으로 맞서고 있다.
경남 진해 용원과 부산 가덕도 일원에 조성중인 신항의 명칭을 놓고도 부산과 경남은 첨예한 각을 세우고 있다. 부산은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현재의 '부산신항'을 고집하고 있지만 경남도는 "도민 정서와 자존심을 해치고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신항태스크포스팀'을 결성해 명칭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대 김익식(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교수는 "지자체간 잘살기 경쟁은 지방자치의 주요 목적중 하나이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통정리하지 않으면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지자체간에 자발적인 수평적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광역행정협의제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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