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한나라당은 10일 오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박희태(朴熺太) 대표대행이 11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회담을 갖는다는데 합의했으나 오후들어 한나라당내에서 반대론이 강하게 일어 일정 확정에 진통을 겪었다. 한나라당은 1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회담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박 대행은 10일 저녁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이 당사를 찾아 오겠다는데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으나 다른 고위당직자는 "당내 반대 기류가 예상외로 강해 최고위원회의 결론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의 헌정사상 최초 야당 당사 방문은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날 오전 한나라당 당사에서 박 대행을 면담, 합의했다. 야당 당사에서의 여야 영수회담도 처음 있는 일이다.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표실 등에는 당원 등으로부터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모양 갖추기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또 오후의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원외위원장들을 중심으로 노 대통령의 당사 방문에 대한 비판론이 속출했다.
이러자 박 대행은 이날 저녁 긴급대책회의를 소집, 11일 최고위원회의로 최종 결론을 넘겼다. 김용학(金龍學) 대표 비서실장은 유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으니 대비해 달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한나라당 주변에선 저녁 한때 회담 무산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안에서도 "이미 확정된 대통령의 당사 방문일정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아 최고위원들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회담이 이뤄질 경우 특검법 처리 등과 관련한 향후 여야관계 설정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행은 이날 유 수석에게 "산은 자금 불법대출, 싱가포르 조성 자금, 현대전자 영국 현지공장 자금 등 세 의혹은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한다"면서 장외 투쟁까지 예고하며 특검법 수정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에 유 수석은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에 부정적이나 민주당이 막무가내로 반대하고 있어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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