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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부 대개발 현장을 가다]<4> 충칭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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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부 대개발 현장을 가다]<4> 충칭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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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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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의 메카충칭시 대외무역에서 오토바이의 비중을 살펴보면 오토바이 산업의 위상을 쉽게 알 수 있다. 2001년 충칭시 수출입 18억 달러중 오토바이가 7억달러를 차지했다. 충칭 리판 등 8개의 굵직 굵직한 국영 오토바이 업체와 중선(宗申), 롱신 5∼6개의 민간 업체들이 몰려있는 충칭은 중국 오토바이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완성품 업체에 딸려있는 하청업체는 1,000여개를 헤아린다. 충칭 오토바이는 동남아 시장을 석권한데 이어 미국과 유럽에도 진출,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이런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60년대 이후 충칭의 번성했던 군수 업체들은 80년대의 개혁 개방과 90년대 탈냉전 파고를 맞아 스스로 이윤을 창출해야 할 운명을 맞았고 그 활로로 오토바이를 택했다. 탱크 트럭을 생산했던 이들 업체들에게 오토바이는 손쉬운 사업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충칭에서 가장 큰 국영 오토바이 업체인 충칭리판도 군수품을 생산하는 업체였다. 동남아 등에 비해 우월한 기술력을 가진 이들 업체들은 전세계적인 판매망을 갖춘 일본의 야마하 혼다 등과 제휴하면서 오토바이 산업을 충칭의 주력산업으로 키웠다.

두번째 성공 요인은 국영기업과 민영기업의 적절한 경쟁이었다. 90년대 중반까지 독주한 국영기업들은 민간업체 출현이후 거센 도전을 받으며 느슨한 노무관리와 품질 저하 등을 개선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요인은 시장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민한 체질이다. 황용(黃勇) 롱신 오토바이 기획이사는 "저렴한 노동력과 다품종 생산 능력을 통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종을 매우 빠르게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충칭 오토바이 업체들은 한 생산라인에서 여러 종의 오토바이를 조립하고 있으며, 시장 수요가 적더라도 소비자가 있다면 반드시 생산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롱신의 경우 모래에서 달리는 오토바이(둔버기) 등 선진국들이 '규모의 경제' 논리로 폐기한 기종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칭 오토바이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배기량 250㎤ 이상의 고부가가치 기종에서는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충칭이 혼다 등이 차지하고 있던 세계의 저배기량 오토바이 시장을 빼앗았지만 고급 기종의 기술력은 아직도 10년 정도 뒤쳐져있는 상태이다.

품질제일경영, 중선

중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중선 오토바이는 '공업화 과정에서 한때 융성했다 사라지는 게 오토바이 산업'이라는 기존의 상식을 허물고 있다.

품질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중선은 오토바이와 모터 제작에 사업을 집중함으로써 순이익 부분에서 중국 최고의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미아오얀 중선 부사장은 "중국 오토바이 기업들은 풍부한 노동력, 거대한 내수시장등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20여종의 오토바이를 생산하는 중선은 가장 엄격한 품질관리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으며, 라이벌 업체들보다 대당 5∼10달러 이상 비싼값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중선은 기존 노하우를 살려 자동차 엔진, 농기계 모터 등으로 생산품목을 다각화하면서 내실있는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수요폭발, 급성장하는 자동차 산업

충칭의 자동차 공업은 비상을 앞두고 있다. 충칭은 자동차 생산규모 면에서는 선양(瀋陽) 상하이(上海) 등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탄탄한 부품 산업기반과 투자 환경의 면에서는 서부의 제일의 자동차 생산기지로 부상할 여지가 많다는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은 우선 수요 폭발이다. 충칭 내 유일한 소형 자동차 제조 업체인 창안스즈키(長安鈴木)는 2001년 4만 3,090대를 팔았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50% 증가한 6만 5,018대를 판매했다. 마쓰바라 구니히사(松原邦久) 창안스즈키 부회장은 "이 통계는 일반시민들이 이제 자가용을 구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중국에서 자동차 수요의 폭발은 이제 시작됐으며, 그 폭발력은 미국과 일본만큼이나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충칭의 수요 폭발은 곧 서부의 수요 증가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심장하다.

이런 배경에서 미 포드사는 최근 중국 회사와의 합작준비를 완료, 올 상반기부터 충칭에서 소형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지 한국 기업인들은 "탄탄한 기계 부품 공업 기반으로 충칭이 서부 제1의 자동차 생산기지가 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충칭= 글·사진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줘중선 중선오토바이 회장

줘중선(左宗申·51·사진) 중선 오토바이 회장과 투젠화(□建華·40) 롱신 오토바이 회장은 중국의 신흥 갑부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석탄 탄부, 오토바이 수리업자 출신인 투회장과 左회장은 업체 설립이후 불과 10년만에 중국 50대 갑부 대열에 뛰어들었다.

어려서 부모를 잃어 불우한 환경에 자랐던 左회장은 문화대혁명기간에 충칭의 컵공장에 배치된 가운데 오토바이 수리기술을 익혔고, 문혁후 처남의 도움을 빌어 오토바이 수리점을 냈다.

이후 92년 전재산 50만 위안(7,700만원)을 모아 중선 오토바이를 설립, 굴지의 국영 오토바이 제작업체들이 즐비한 충칭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키웠다.

중선이 비상장기업이어서 그의 정확한 재산은 알수 없으나 대략 중국 12위 갑부로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선의 생산시설에서 2㎞ 떨어진 그의 유럽식 대저택은 야트막한 산 정상 부근에 위치해 있고 산 전체가 그의 정원이다.

20살 이후 탄부, 시멘트 사업, 티슈제조업 등으로 전전하다 오토바이 업체를 키운 투회장도 갑부로서의 성장 배경은 左회장과 비슷하다.

하지만 두 갑부의 생각은 판이하다. 투회장은 다른 중국 갑부들처럼 부동산 등 다른 사업을 손대면서 문어발식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左회장은 사업 전문화, 품질 경영을 통해 한우물만파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左회장은 중국 대중 매체에 자주 나가 강연을 하는 유명인사가 됐다.

■충칭스트키 자동차 마쓰바라 부회장

충칭 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외국 투자기업으로 꼽히는 창안스즈키(長安鈴木) 자동차의 마쓰바라 구니히사(松原邦久·사진) 부회장은 "중국 투자의 성공 요건은 값싼 인건비가 아니라 진출기업의 선진적 기술 보유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로 일본 내 인건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스즈키가 인건비만을 이유로 뛰어들었다면 분명 실패한 투자가 됐을 것"이라며 "중국 시장은 선진기술이 경쟁하는 세계 무대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자동차의 중국진출 실패도 기술 경쟁력을 도외시한 채 낮은 인건비에만 집착한데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스즈키의 현지 투자가 결정되기 전 치밀하게 진행된 사전 준비 작업을 강조했다. 스즈키는 1993년 중국 창안자동차와의 합작을 결정하기 9년전부터 창안측과의 기술협력을 진행했다. 1984년 병기를 생산하던 창안측이 개혁 개방물결에 따라 민수용 미니버스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스즈키에 기술제휴를 요청했고, 스즈키는 이후 중국 시장을 예의 주시하면서 현지 투자를 위한 사전 작업을 지속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수요폭발을 근거로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매우 밝게 보는 그는 "향후 자동차 안전에 관련한 부품산업 등이 중국에서 호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군수공업과 중공업 기반이 탄탄한 충칭에서의 외국인 제조업 투자 조건은 양호하다고 평가한 뒤 "다만 산악 지대인 충칭에 공장부지로 활용될 평지가 부족한 게 흠"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스즈키(지분율 35%)와 닛쇼이와이(日商岩井·14%), 중국의 창안 자동차(51%)가 합작한 창안스즈키는 1995년부터 소형차 2종을 생산하기 시작, 올해에는 8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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