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 주판알 튀기는 은행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 주판알 튀기는 은행원

입력
2003.03.11 00:00
0 0

"이걸로 곱셈은 못 하는데요."어느 은행 여직원이 며칠 전에 내게 한 말. 대출금 때문에 은행에 갔더니 일부를 갚으면 얼마가 남는다는 계산을 손에 익어 보이는 낡은 주판으로 해주었다.

흔한 계산기며 단말기가 아닌 주판으로 계산하는 게 신기해서 매월 이자도 계산해 달라고 했더니 "주산으로 덧셈, 뺄셈은 해도 곱셈은 못한다"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면 첨단, 신기술, 신인력, 신시대, 새 부대, 새 술에 우리가 얼마나 취해 왔던가. 무슨 일만 있으면 일소, 척결, 전쟁, 대청소를 하는 바람에 주판은 예전에 없어졌다. 주판의 사라진 동지들= 등사판, 신기료 가게, 지게꾼 등등….

그런데도 아직 그걸 갖고 있는 은행원이 있고, 실제로 쓰고 있으니 이 은행은 믿을 만하다고 느꼈다.

계산기는 계산기대로, 주판은 주판대로, 온라인은 온라인대로, 오프라인은 오프라인대로 평등하게 존재하고 주객이 그걸 소용(所用)하는 한 그 집안은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곱셈은 계산기로 하면 된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