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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헐리우드통신/미라맥스의 "가위손" 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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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헐리우드통신/미라맥스의 "가위손" 하비

입력
200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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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폭스,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워너 브라더스 등 모든 메이저 영화사는 국제적 대기업의 자회사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사의 최고위 간부들은 대부분 변호사나 MBA 출신으로 영화를 만들어 단숨에 이득을 보려는 기업인들이다. 그들에게 의미있는 영화란 아무 의미가 없으니, 메이저 작품들의 질이 나쁜 까닭을 알 만도 하다.이런 풍토에서 주제의식이 강한 영화와 작가주의적 성향이 뚜렷한 감독의 영화를 서슴없이 제작, 배급하고 있는 영화사가 뉴욕에 본부를 둔 미라맥스(Miramax)다. 미라맥스의 작품들은 올해 모두 40개 부문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5편 중 '시카고' '갱스 오브 뉴욕' '디 아워스' '반지의 제왕―두개의 탑'을 미라맥스는 독자적 제작했거나 공동 제작했다.

미라맥스는 1979년 하비(사진)와 밥 와인스틴 형제가 창설했다. 유럽영화와 어려운 주제의 영화를 특성에 따라 획기적인 마케팅 및 배급전략으로 개봉한다는 것이 목표. 그 전략이 적중해 미라맥스는 미 영화계의 예술적 성공담의 총아로 부상했고, 수년 전부터는 혁신적인 정신을 지닌 작품을 제작하는 독립영화사의 대부로 등장했다.

미라맥스의 작품은 지난 10년간 11편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창사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174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1993년 디즈니에게 팔렸지만 운영은 하비 와인스틴 회장이 맡고 있다. 미라맥스의 성공은 그의 영화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모험성에 의해 달성됐다. 하비는 '사람이 우선이고, 장사는 두 번째'라는 자세로 영화를 만들어 왕년의 대담한 명제작자인 새뮤얼 골드윈, 데이빗 셀즈닉, 대릴 재눅, 해리 콘 등에 비유되기도 한다.

하비는 영화에 대한 정열과 뛰어난 예술적 감식력, 개인적 안목이 뚜렷한 감독은 위험을 무릅쓰고 밀어주는 선견지명이 있는 제작자. '갱스 오브 뉴욕'과 '잉글리쉬 페이션트'(1996년)는 모두 하비가 아니었으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영화. 독재적이요, 성질이 고약해 할리우드에서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사람들도 많다. 스모 선수 같은 체구에 멧돼지처럼 생긴 하비는 목표를 위해서는 욕설과 협박도 서슴지 않으며, 또 영화를 자기 마음대로 가위질하기로 유명해 '가위손 하비'라고 불린다.

특히 아카데미상에 대한 애착이 강해 물량공세를 총동원한 캠페인을 시작한 장본인. 1998년 미라맥스의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드림웍스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누르고 작품상을 받은 것은 하비의 더티 플레이도 마다않는 캠페인의 결과였다. 그의 영화가 모두 예술적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가 있는 한 할리우드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완전히 구축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국일보 미주 본사 편집위원·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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