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을 떠났던 20대 한국 여성이 미국 명문대학의 교수가 됐다.주인공은 캐나다 토론토대학 경제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노정녀(28·사진)씨. 노씨는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카네기멜론대학 경제학부 조교수 임용에 합격, 9월부터 국제무역 강의를 맡는다. 카네기멜론대학은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 대학평가 경제학 분야에서 듀크대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명문대.
노씨는 이 학교 외에도 보스턴, 플로리다, 조지타운 등 34개 명문대에서 최종 관문인 인터뷰 요청을 받기도 했다. 이민을 통해 아주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건너간 경우를 제외하면 노씨처럼 조기유학을 통해 젊은 나이에 명문대 교수가 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노씨가 캐나다로 간 것은 서울 강남 개원여중 졸업을 앞둔 1990년 1월. "네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면 사교육비가 걱정"이라는 어머니의 의견에 따라 아버지(노규백·56·무역업)만 남고 어머니와 1남 3녀가 토론토로 떠났다. 현지 스칼렛고등학교에 입학한 노씨는 6개월간의 언어습득과정을 마치고 바로 정규과정에 들어갔다.
귀가시간은 항상 밤 1∼2시. 밤새 숙제를 하다 아침도 거르고 학교를 가기 일쑤였다. 그 결과 5년의 고교 과정을 4년만에 마치고 토론토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해 석사과정도 1년만에 마쳤다. 박사 2년차에는 논문 심사에만 평균 28개월이 걸린다는 영국의 세계적인 학술지 '에코노메트릭'에 '캐나다 가정의 유류 수요'라는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노씨는 부모가 "눈이 나빠진다"며 책을 못 읽게 해도 이불을 뒤집어 쓰고 책을 읽었던 독서광. 아버지는 네 자녀가 유학을 갈 때 보던 책 2,000여권을 싸 보냈다. 노씨는 "독서로 축적된 논리적 사고가 도움이 많이 됐다"며 "세상을 보는 눈도 넓혀 줬다"고 말했다.
노씨는 "좋은 환경을 만나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한 적이 많았다"며 "사춘기 이후에 유학을 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방황도 적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매주 금요일 밤이면 캐나다 통계청에 들어가 혼자 2,3일씩 밤새워 연구논문을 준비하는 노씨는 "국제무역이 기술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고 밝혔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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