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으로 사표를 쓴 지 오랩니다."검찰 인사 파동을 지켜본 검찰 고위 간부가 "이미 사표를 썼다"며 "수긍할 인물이 총장이 되면 검찰을 떠나겠지만, 수긍할 수 없는 인물이 총장에 선택되면 정년까지 남는 치욕을 선택하겠다"고 밝혀 자괴감에 빠진 검찰 내부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원치 대검 형사부장(사시 13회·사진)은 10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띄운 '검찰인사 개혁의 정체성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돌이켜 보면 한 점 부끄럼 없는 공인의 삶을 걸었다고 자부할 수 없지만 나 자신을 개혁의 대상으로 생각한 적은 없다"고 9일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드러낸 검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을 간접 비판했다.
김 부장은 이어 "시골학교에서 6학년 전원이 실력 없고 품행도 방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유급시키고 4학년에서 대거 졸업생을 배출시켰다면 당연히 6학년은 안되고 4학년은 되는 기준이 무엇인지 밝혀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부장은 또 "승진한 사람이 1명 뿐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다수였을 때 조직이 안게 될 미래와 그 운명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서열 파괴식 인사방침을 질타했다. 김 부장은 "진정한 개혁의 요체란 시험 기수가 앞에 있건 뒤에 있건간에 있어야 할 사람이 남아 있고 떠나야 할 사람이 떠나야 한다"고 말하고 "개혁의 '주체'인 장관과 개혁의 '대상'이 된 검사가 먼 훗날 자연인으로 돌아가 골목길에서 만났을 때 서로 다정하게 손잡고 과거를 이야기 하면서 웃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마지막으로 직위란 '기러기 발자국 같은 것'이라는 중국 송대시인 소동파(蘇東坡)의 말을 인용, "눈이 조금 내리고 바람이 약간 불어도 없어지는 것, 그것이 공인의 삶"이라고 공인으로서의 허망함을 표현했다.
이에대해 한 후배검사는 "선배님, 낙락장송이 기울면 우리같이 못다 핀 꽃들은 어찌합니까?"라는 답글을 띄웠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