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공개대화, 김각영 전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로 이어진 검찰의 '인사파동'의 여진은 10일에도 계속됐다. 검찰은 이날 크게 흔들린 듯, 검찰 수뇌부와 중간 간부, 평검사들이 구심점을 잃은 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우왕좌왕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김 전 총장의 사퇴를 기다렸다는 듯이 사표를 수리하고, 속전속결식으로 11일 후임 총장 및 검찰 간부인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반발의 강도는 다소 수그러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도 검찰의 동요를 의식한 듯 "이번 인사는 상당히 보수적이다"라고 못박았다.검찰은 김 전 총장이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통제하겠다는 의사가 확인됐다"며 노 대통령과 새 정부에 정면 도전한 사실보다는 과연 새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고, 물갈이의 폭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 더 관심을 두는 분위기이다. 당장의 '확전'보다 '새판'이 어떻게 짜여지는지를 일단 지켜보자는 것이다.
수위조절하는 평검사들
검찰 인사 파동 수습의 최대 변수는 평검사들의 동향이다. 이들이 김 전 총장의 사퇴와 일방통행식 검찰 인사안 강행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지에 따라 '인사태풍'의 진로가 결정되기 때문. 그러나 이날 평검사들의 집단행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지검에선 오후로 예정됐던 수석검사회의를 돌연 취소했다. "총장 인사에 개입하는 듯한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평검사들은 대통령과의 공개대화에 대한 여론이 검사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자 일단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검찰의 대표격인 서울지검에서 '집단행동'을 자제함에 따라 전체 검찰 분위기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노 대통령과 강 장관의 '검찰 개혁 방법론'에 대한 비판론이 들끓고 있어 계기만 주어지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활화산'상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날도 검찰 내부 통신망에는 퇴진하는 검찰 간부들을 만류하며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해 "정말 잘했다"는 격려의 글이 쇄도했다.
동요하는 검찰 상층부
평검사들과는 달리 일선 차장검사급 이상 검찰 지도부의 위기 의식은 심각하다. 특히 검찰 내부에서는 일선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의 '사표 도미노' 현상이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검찰 조직 생리상 인사가 발표되면 내부 반발이나 혼란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새 판이 짜지면 낙마하는 검찰 간부들의 소리는 자연스럽게 묻힐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퇴진 간부들의 폭이 예상외로 커질 경우 또 한번의 충격파가 있을 수는 있다. 이와 관련,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송광수 대구고검장(사시13회)의 경우 정치색이 없고 능력도 인정받고 있어 내부의 반발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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