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제시한 '17일 이라크 무장해제 최후통첩안'을 놓고 미국 등 주전(主戰) 진영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반전(反戰) 진영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막판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미국은 9일 앙골라 기니 칠레 등 아직까지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이사국들을 상대로 전화 설득에 나섰다. 미국은 프랑스에 대해서도 "만약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양국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압박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이날 TV 인터뷰에서 "입장을 정하지 못했던 안보리 9,10개국의 표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자신했으나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주말 외교전에도 불구 결의안 통과에 필요한 9개국 확보에 실패했다"고 10일 보도했다.
프랑스도 막판 외교전에 총력을 다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9일 안보리 이사국인 앙골라 카메룬 기니 3개국 설득을 위해 아프리카로 향했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갖고 반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프랑스는 또 미국이 막판 '현금 원조' 카드를 이용해 멕시코 앙골라 등 부동층 국가를 매수할 수 있다고 판단, 이를 막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아랍진영은 제3의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파키스탄 등은 이라크 내 반란이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망명 등 또 다른 외교적 해결책을 위해 이슬람 국가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날 시간이 촉박함을 들어 11일이나 12일 안보리 표 대결 추진 방침을 밝혔으나 뉴욕 타임스는 이사국 설득 성과에 따라 표결 날짜가 이번 주말께로 늦춰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파월 장관은 이날 "미국은 예정 시한이 지나면 유엔 승인 없이도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혀 결의안 거부시 17일 이전에도 독자 공격을 감행할 뜻을 시사했다.
그러나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대변인은 10일 최종시한의 연장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모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라크의 무장해제 의무를 구제적으로 명시하는 대신 최종시한을 17일 이후 단기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결의안 채택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고, 이라크전쟁을 강행하는 블레어 총리에 대한 집권 노동당 내부의 반발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영국의 고육지책으로 보여진다.
한편 유엔은 9일 이라크 주재 직원들에게 15일까지 철수할 것을 지시했다. 쿠웨이트의 외교 소식통은 "바그다드 주재 유엔 직원이 15일까지 철수하라는 상부 지시로 철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요원 철수는 개전 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1991년 걸프전 때는 공격 개시 이틀전인 1월15일 철수 지시가 내려졌다.
또 미군 주둔을 옹호해 온 터키 집권 정의발전당(AKP)의 레셉 에르도간 당수가 9일 보궐선거에 승리, 총리직 취임이 유력해지면서 1일 터키 의회에서 부결된 미군주둔 허용안이 재상정,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에르도간 당수는 압둘라 굴 현 총리에 이어 12일 총리직에 오를 전망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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