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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멀티플레이어 권하는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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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멀티플레이어 권하는 한국사회

입력
200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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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공항에서 비행기 타고 한 시간 반이면 인천 공항에 도착한다. 인천 공항에 내리니 한 시간 반 전의 무뚝뚝한 표정들, 느긋한 분위기와 달리 사람들이 바삐 돌아다닌다. "한국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쫓아가기가 힘들다"는 중국 친구의 얘기가 다시 떠오른다.겨울 방학을 보내고 다시 돌아오니 한국 사회의 활기차고 바쁜 분위기가 새삼 느껴졌다. 여기서는 봄마저 빨리 찾아온 모양이다. 학교 캠퍼스에 목련 꽃망울이 벌써 탱탱한 얼굴로 햇빛을 바라보고 있다.

내 주변의 한국 사람들도 설레는 봄처럼 항상 활기차고 뭔가 새로운 것을 계획한다. 한국에 살면서 나는 한국인들의 왕성한 체력, 풍부한 관심, 부지런한 변화의 추구에 감탄하고 있다.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한국인들의 노력은 특히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모습에서 볼 수 있다. 밤 10시까지 회사에서 일하고서도 아침 6시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직장인들을 볼 때마다 나는 한국 경제가 지금 어렵다고 해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칠 줄 모르고 발전을 시도하는 이러한 국민 정신이 한국의 소중한 자원이다.

새 학기에 들어 사람들이 많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욕심을 너무 부려 여러 일을 동시에 시도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내 주변에는 학교를 다니면서도 학교 밖에서 여러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몇 개 외국어를 한꺼번에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가 너무 지쳐 결국 한가지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중국어를 가르칠 때 졸고 있는 학생이 많았는데, 이런 학생의 수첩에는 스케줄이 꽉 차있다.

한국인들은 무엇이든 단기에 결과를 내려는 경우가 많다. 3개월만 열심히 하면 되냐, 반년을 열심히 하면 어느 수준이 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조금씩 시간을 내더라도 1∼2년 꾸준히 투자하라고 권장하면 이들은 실망을 한다. 가을에 큰 열매를 수확하려면 여름에 꽃을 많이 따서 버려야 되고, 우물을 팔 때는 한 곳을 파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어떤 기회나 시도를 포기해야 할 때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멀티 플레이어가 되려고 하는 한국에서, 자신의 능력을 판단해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해 잘할 수 있는 특정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지혜라고 나는 한국인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다.

왕샤오링 중국인 경희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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