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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다면평가 바람/"밀실人事 개혁 기대" "인기투표로 왜곡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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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다면평가 바람/"밀실人事 개혁 기대" "인기투표로 왜곡 경계"

입력
200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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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1·2급 등 고위직 후속 인사에도 다면평가를 적극 활용토록 지침을 시달하면서 각 부처마다 다면평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각 부처별로 이뤄지는 평가는 제대로 된 다면적 인사평가가 아니라 인기조사 수준이어서 내부 불만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속출하는 실정이다.건설교통부는 최근 차관과 철도청장 승진으로 공석이 된 1급 두 자리 등 연쇄 승진인사를 앞두고 서기관급 이상 간부 220명을 대상으로 승진 대상자에 대한 다면평가를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건교부는 5일 내부 온라인 통신망을 통해 "업무추진력, 지도력,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1급과 3급 승진자로 누가 적절한지 각각 3, 5명씩 적어 1시간 안에 차관에게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통보했다.

건교부 인사 관계자는 "예고하거나 충분한 시간을 주면 인사 대상자들이 승진 운동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평소의 평가를 알아보기 위해 기습적으로 평가를 했다"며 "결과는 장·차관만 보기로 했으며 최종 인사 결정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자원부는 6일 서기관급 직원 50명을 대상으로 장·차관 인사로 자리가 빈 차관보 등 10명의 국장급 이상 후보 중 누가 적합한지에 대해 무기명 서면조사를 벌였다. 인사 담당자는 "10명의 후보 중 누가 1급에 적합한지 3명씩 이름을 적어내고, 차관보 기획관리실장 무역투자실장 등 1급 직위에 적당한 사람을 한 명씩 적도록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김화중(金花中) 보건복지부 장관도 6일 과장급 이상 간부들과 워크숍을 갖고 돌아오는 길에 국장급 인사 등에 대한 기습적인 다면평가를 실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김 장관이 갑자기 설문지를 돌렸다"며 "차관 승진으로 공석인 사회복지정책실장(1급) 등 후속 인사를 앞두고 간부들의 의견을 물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앞으로 인사 때마다 이 같은 설문조사를 하겠으며, 어떤 형태로든 인사청탁을 하는 간부에게는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의 경고성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일선 관료들은 물론이고 '참여정부'에 새로 참여한 장관들로부터도 성급한 도입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는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과 한명숙(韓明淑) 환경부 장관 등 민간에서 영입된 장관들이 다면평가에 부정적 견해를 표시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 장관은 "다면평가를 하면 밑에 있는 사람의 눈치를 볼 수 있다"며 "민간기업에서는 이 제도를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도 "다면평가를 하면 일 적당히 하고, 사람 좋은 사람이 좋은 결과를 받기 때문에 소신 있게 일하는 사람의 의욕을 꺾을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건교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사무관이나 주사 등 하위직 공무원을 제외한 채 서기관급 이상 간부만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다면평가가 아니다"며 "간부급 만을 대상으로 평가할 경우 개인적인 친소관계나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다면평가가 제대로만 정착되면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재경부의 모 과장은 "능력 없는 간부들은 아무리 아랫사람에게 잘해줘도 존경을 받지 못한다"며 "기존 고위직 인사는 정권이나 장관과의 지연, 학연 등 친소관계에 의해 좌우된 측면이 강했던 만큼, 우수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려면 다면평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자부의 한 국장급 간부도 "업무능력이 1순위가 되고, 다면평가를 참고자료로 적절하게만 활용한다면 투명하고 공정한 공직인사를 정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다면평가를 둘러싼 로비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김혁기자 hyukk@hk.co.kr

■ 다면평가 어떻게

조만간 시행될 부처별 1급 인사 등 고위직 인사에서도 다면평가가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중앙인사위원회와 행정자치부가 10일 각 부처에 시달한 '참여정부 출범에 따른 인사운영지침'에 따르면 승진, 성과급 지급, 보직관리 등 각종 인사운영이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지도록 다면평가를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4급 이하 중·하위직 위주로 실시돼 온 다면평가를 상위직과 파견자, 보직대기자들까지로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1급 승진의 경우 지금까지의 각 기관 내부의 승진심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중앙인사위의 인사 심의를 받았으나 반드시 다면평가 결과를 첨부해 심의를 받도록 했다.

다면평가를 위해서는 우선 평가자를 구성해야 한다. 부서 명령계통의 상·하급자와 업무관련 민원인 등 피평가자 1인당 약 7∼15명의 익명의 평가자가 선정되고, 직급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할 수 있다. 피평가자의 능력(근무태도 포함)과 실적 등을 보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질문지 작성도 필요하다. 중앙인사위는 근무태도 평가의 경우 조직헌신도와 전문가의식 윤리의식 고객지향성 자기통제력 등 항목을, 직무능력의 경우 정보수집·관리, 문제인식, 전략적 사고, 정책집행관리 등의 항목을 각각 예시했다. 평가 결과는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5,7,10점 등 점수화하고, 탁월-우수-보통-미흡-불량 등 서술형 척도도 무방하다. 다면평가의 결과는 평정요소별 종합평점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최종점수(소수 둘째자리까지)로 나타내며, 평가자 개개인의 절대평가를 원칙으로 한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98년 공직사회 첫도입 최낙정 해수부 차관

"다면 평가제는 일 잘하는 사람이 대우 받는 합리적인 시스템입니다" 참여정부의 새로운 인사 틀로 각광 받는 '다면 평가제'를 공직 사회에 처음 도입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주인공은 최낙정(崔洛正·50·사진) 해양수산부 차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해수부 어촌개발국장이던 최 차관은 당시 이재균(李在均) 총무과장(현 공보관)과 함께 구조조정 대상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고심하다 서로를 평가하는 다면 평가제를 도입키로 했던 것.

"당시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 정부 슬림화 작업이 한창이던 때였습니다. 그 때 해수부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1실과 3개국을 폐쇄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있었습니다. 그 희생자가 누가 돼야 할 지 고민하다가 고육책으로 서로를 수평 평가하는 다면 평가제를 실시했는데 의외로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평가에서 처질 것을 우려한 일부 국장들이 자진해서 물러난 것이지요."

당시 다면 평가는 국장급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각 국장들이 장관이 됐다고 생각하고 최적임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것. 최 차관 자신도 당시 이런저런 논리를 대며 부산해양수산청장을 지원했고, 결국 그 자리에 갈 수 있었다.

최 차관은 "당시 다면 평가제가 성가를 거두면서 자연스럽게 해수부의 인사 고과 제도로 정착됐다"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000년 해수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 다면 평가제의 장점을 높이 사 국장급에 그쳤던 평가제를 과장 이하 하급 직급으로까지 전면 확대 실시했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도입한 다면평가는 해양수산부 장관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셈이다.

최 차관은 다면평가제가 장점만 있는 제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하위직이 상향 평가까지 하게 되면서 일부 고위직에서 인기 위주로 부하 직원을 다루거나, 평가시에 감정이 개입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평가 기준이 중요합니다" 최차관은 "그러나 다면 평가제는 기본적으로 칭찬 위주로 부서가 운영된다는 점에서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제도"라고 결론 지었다.

최 차관은 해수부의 경우 인사 철에만 했던 다면 평가제를 외부 기관에 아웃 소싱해 매년 상·하반기로 정례화 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사원들의 불만도 최소화 한다는 것이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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