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호주제 관련 각료에 폐지 주장론자들이 임명되고 법원도 현행 민법조항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나서 호주제 폐지가 시간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따라 현행 호주제의 대안으로 어떤 방식이 좋은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대세 굳힌 호주제 폐지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최근 업무보고 때 호주제폐지 진행상황을 가장 먼저 챙겼으며 지은희 여성부장관도 연내 폐지를 강조했다. 또 최근 서울지법 북부지원은 '자녀는 친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라야 한다'는 민법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직계비속 남성을 호주 승계 1순위로 두고 있는 현행 호주제는 성차별적인 가부장제를 지탱하고 있는 보루. 성평등적 가족문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호주제폐지에 부정적이었던 여론도 많이 둔화됐다.
그러나 "호주제가 폐지되면 이혼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불식된 것은 아니다. 이혼 가정의 자녀가 양육자인 생모의 호적에 오르지 못하고 동거인으로 기록되거나, 이혼여성이 재혼할 경우 자녀가 계부의 성을 따르지 못하는 등 이혼에 따른 껄끄러운 문제들이 호주제 폐지와 함께 해결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무책임하게 이혼을 할 수 있다는 논리.
이에 대해 폐지론자들은 오히려 호주제가 이혼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은 "상담 여성들은 대부분 남편의 가부장적 의식 때문에 이혼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정폭력, 외도 등 일방적 군림이나 횡포가 '남자는 어떻게 행동해도 괜찮다'는 남성우월적 의식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남성우월주의를 여성이 더 이상 못 참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 이혼이라는 것.
가족별이냐, 개인별이냐
호주제가 폐지되면 개인의 신분기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부부와 미혼자녀가 함께 오르는 가족별 호적편제 방식과 개인마다 신분변동사항을 기록하는 개인별 편제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현행 호적과 비슷해 국민정서에 가장 가까운 가족부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족을 표준으로 하면서 한부모 가족 동성애 부부 등 다른 가족형태를 비정상적으로 규정할 우려가 있는 것이 약점. 또 1인1적제는 개인의 정보만 있는 데 반해 가족부는 가족 전체의 정보가 실려있어 이혼 혹은 재혼사실 등이 드러나는 등 사생활 침해적인 요소가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의 신분기록을 찾기 위해서 색인기능을 하는 대표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누가 가족의 대표가 될 것인가의 문제도 남는다.
반면 개인별로 출생 국적취득 귀화 입양 혼인 등의 신분변동을 기록하는 1인1적제는 개인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으면서도 다른 가족의 사생활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의 고은광순씨는 "이 때문에 가족부가 50점이라면 1인1적제는 100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1인1적제에 대해서 "개개인이 따로 기록을 가지면서 가족간의 유대감이 옅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않아 앞으로 공론화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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