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점에 선 기분이네요. 대학생활을 '진짜 음악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삼을 생각입니다." 봄비가 내린 7일 오후.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03학번 새내기가 된 가수 윤도현(32)씨가 교양과목인 '사회봉사'라는 과목을 듣고 여느 신입생 마냥 생기 발랄한 모습으로 이 대학 신문방송학과 김창남(48)교수를 찾았다."고교 졸업 후 첫 수업이라 떨렸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방송 때문에 오후 강의를 듣지 못해 아쉽습니다. 학생들의 수업열기가 공연장을 방불케 했어요." 첫 수업의 소감을 윤씨가 김교수에게 전했다.
본업인 음악활동은 물론 방송진행 등으로 눈코 뜰새 없는 윤씨가 늦깎이 대학생이 되기까지는 김 교수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데뷔 전인 1990년대 초부터 사회참여의 한 방법으로 음악평론에 열심이던 김 교수를 만나 적잖은 음악적 자양분을 섭취했기 때문이다.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보노(Bono·아일랜드 록그룹 U2의 리더)처럼 자유와 인권을 노래하는 음악인으로 살아가겠다"는 윤씨의 꿈을 잘 아는 김 교수는 지적 결핍을 느끼던 그에게 대학 입학을 적극 권유했다.
이 사이 둘은 호형호제할 만큼 절친한 사이가 됐고 드디어 윤씨가 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이젠 사제지간으로 변했다.
윤씨를 제자로 맞이한 김 교수의 부담도 적지 않다. "유명한 제자를 데리고 있게 돼 걱정이 많다"고 너털웃음을 짓는 김 교수는 "대학에서도, 사회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평소 모습처럼 공부하고 행동한다면 더욱 빛나는 음악적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윤씨를 격려했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들을 수 있는 영문학 강의나 '인권과 평화'와 같은 교양과목에서 작곡을 위한 영감을 얻어 보라"는 현실적 조언도 잊지 않았다.
윤씨는 학교에 적만 두고 수업은 거의 빠지는 다른 연예인과 달리 성실한 대학생이 되겠다는 생각. "졸업장을 따기 위한 대학이라면 아예 입학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다부지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생활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대우 받아 야죠."
현재로선 일주일에 이틀 정도 출석할 수 있는 점을 감안, 수업에 꼭 참석하기 위해 수강과목도 11학점만 신청했다. 다음달 초순 현재 출연중인 방송도 어느 정도 정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학 새내기인 윤씨에게 강의와 학점이 대학생활의 전부일 리 없다. "입학식 날 학교 록밴드에 가입했어요. 노래는 항상 하는 일이니 학교에선 드러머로 활동할 생각입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도 타야죠."
김 교수도 제자의 '옹골찬 도전'이 대견한 듯 "대학 생활이라는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며 동아리 활동, MT 등 다양한 체험으로 보다 성숙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라"고 당부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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