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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에로틱한 物我一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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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에로틱한 物我一體

입력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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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또 지지난 봄목련이 피어 달 떠오르게 하고

달빛은 또 목련을 실신케 하여

그렇게 서로 목을 조이는 봄밤

한 사내가 이 또한 실신한 손

그 손의 가운뎃손가락을

반쯤 벙근 목련 속으로 슬그머니 넣었습니다

아무도 없었으나 달빛이 스스로 눈부셨습니다

― 정현종 '꽃 深淵(심연)'

시에 덧붙여 무슨 말을 하는 건 언제나 췌사라고 믿고 있지만 굳이 말해보자면, 봄은 에로틱하다. 꽃은 에로틱하다. 꽃이 식물의 성기라고 한 사람이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였던가. 달은 에로틱하다. 서로의 목을 조이는 행위는 에로틱하다. 자연과 사람이 꽃과 손가락으로 만나 한 몸이 되는 물아일체의 순간, 이 엄숙하고 거룩한 생의 한 순간에 모두가 실신상태가 되며 눈부신 침묵만이 감돌 뿐이다. 그리하여 수정된 것이 바로 이 시이며 시는 또 누군가와 함께 실신하고 수정할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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