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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시민운동 核 부상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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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시민운동 核 부상 "참여연대"

입력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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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 룸. "참여연대가 제기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삼성전자 부당내부거래행위 개입 의혹'은 어떻게 해명할 겁니까?" "삼성가 편법 증여 과정에도 진 장관이 관여했다는데." 기자들의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같은 시각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사무실. 시민감시팀 한재각 팀장과 3명의 간사는 긴급 회의를 가진 뒤 '진대제 장관 사퇴'를 주장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1998년 10월 참여연대가 당시 삼성전자 이사였던 진대제 장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된 소액주주운동의 불똥이 진 장관의 사퇴논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시민사회가 제도권력 견제

'제5의 힘'으로 불리는 시민단체, 참여연대의 위력이 무서운 기세를 뿜고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시민단체 비판의 강도가 약화할 것이라는 예측은 깨졌다. 참여연대의 문제제기는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노정부의 각료 인선, 재벌, 공직자를 향하면서 긴장감을 더하고있다.

참여연대의 출발은 소박했다. 1994년 9월 인권운동을 벌이던 박원순 차병직 변호사 등과 조희연 김동춘 교수 등 비판 사회과학자 그룹은 학생운동 출신의 활동가들과 함께 새로운 시민운동단체를 구성한다.

9년이 지난 지금. 상근 활동가 57명, 전문 자문가 집단 300여명의 대규모 시민단체로 성장한 참여연대는 소액주주운동으로 대표되는 경제개혁 및 기업 감시활동의 대표주자로 우뚝 섰다. 최근에는 SK 최태원 회장 구속, 두산그룹 오너 일가의 150억 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소각 등의 성과도 얻었다. 3년전 참여연대 주도로 정치인들을 떨게 했던 낙선운동도 '선거혁명'의 단초가 됐다. 시민사회가 제도권력에 대해 견제와 감시를 하는 것이다.

철저한 문제제기와 전문가 역할분담

안국동 참여연대 사무실 구석에는 사방 벽면이 파일로 가득 찬 자료실이 있다. 각종 신문 스크랩부터 기업체 감사보고서, 외부 학술회의 자료집까지 9년간 참여연대에서 수집한 자료들이다. 모든 것은 여기서 출발한다.

막강한 행정, 사법 권력을 상대로 시민사회의 파워를 확실히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는 소액주주운동이었다. 장하성교수 등 경제민주화위원회 자문그룹이 합류하면서 한보철강 불법 대출을 주도한 제일은행을 상대로 소액주주운동을 시작한 97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대기업에 대한 법적 대응, 주주총회 참여 등의 갖가지 방식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2001년 당시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구성, 삼성차 처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의 교수, 변호사들과 삼성전자 임원진 사이에 벌어진 13시간 30분의 설전은 '한국 소액주주운동의 전설'이 돼 버렸다.

이러한 소액주주 운동은 참여연대 상근자의 이슈 선정과 변호사, 회계사, 교수 등 전문가 집단의 헌신적 조언이 결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인 진영종 성공회대 영문과 교수는 "회계사들이 감사보고서 분석 등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면 변호사들이 법률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검토하고 교수들은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SK, 한화, 두산, 삼성,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상대로 부당 내부거래, 분식회계 등의 문제를 잇달아 제기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의 상근자는 단 두 명에 불과하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하나의 이슈를 만들기 위해 몇 달간 자료를 수집하고, 일상적인 감시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원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자발성과 헌신성이 힘의 원천

참신한 운동방식도 참여연대의 성가를 높였다. 집시법의 허점을 틈타 국세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인 것이나, 인터넷을 활용해 집단소송 대상자를 모집하는 방식은 모두 참여연대 상근자들의 아이디어였다.

3월 현재 1만 4,000여 명에 이르는 후원회원도 큰 힘이다. 권력감시를 모토로 내건 참여연대는 정부의 지원금을 일절 받지 않는다. 매달 활동비 1억원 가량의 85% 이상을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한다. 상근 활동가는 60만원부터 140만원 사이의 활동비를 월급 형식으로 받는다. 최저생계비나 다름없다. 자문 교수와 변호사 등은 오히려 회비를 내고 자비를 들여가면서 권력 감시에 나서고 있다. 경제개혁센터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헌신성이 참여연대의 큰 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시민운동단체의 기반은 도덕성에서 나온다는 판단 때문에 돈을 지원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집행위원 임원단의 공직 진출도 묵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도덕성과 전문성이 21세기 참여연대가 지켜야 할 가장 큰 목표이자 기본 자세"라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 주요인물

▲ 운영위 및 집행위 주요 임원

상임집행위원장 박원순 변호사

운영위원장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

협동사무처장 진영종 성공회대 교수

▲ 주요 전문가 그룹

경제개혁센터 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

김주영 변호사

이은정 회계사

김우찬 KDI 교수

김준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상근 활동가

사무처장 김기식

사무처장 박영선

정책실장 이태호

시민감시국장 김민영

시민권리팀장 한재각

투명사회팀장 이재명

경제개혁팀장 박근용

■ 김기식 사무처장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상근 활동가들의 문의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어렵사리 시간을 맞춰 마주 앉은 김기식(38)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그처럼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운동단체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더 바빠지고 또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잘못된 판단과 정보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확인하고 또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는 어수선함에 대한 '변명'으로 말을 시작했다.

"SK 문제가 사회이슈가 된 뒤 국민은행, 하이닉스 소액주주들의 전화가 많이 옵니다. 자신들의 문제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거죠. 하지만 일만 벌여놓고 책임을 지지 못하면 안되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의 대표주자로만 인식되는 것은 아쉽다"고 말한다. "참여연대는 출범 초기부터 권력에 대한 종합 감시를 천명했습니다. 국민 스스로의 참여와 일상적인 권력 감시를 하겠다는 의도였죠. 낙선운동 등 정치적 이슈 제기와 함께 최근에는 작은 권리 찾기 운동본부 활동 등을 통해 아르바이트 피해 학생의 권리 문제를 제기하는 등 시민의 일상적인 권리 찾기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창립 멤버인 그는 19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90년대라는 시대 상황에 맞는 새로운 운동 방식을 찾아" 참여연대 설립에 참여했고 사법 감시, 낙선운동, 재벌개혁 문제를 주로 다뤘다. 지난해 2월 박원순 변호사에 이어 참여연대 실무 사업을 책임지는 사무처장직을 맡았다.

"월급이요? 겨우 생활할 정도죠. 상근 활동가 뿐만 아니라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의 헌신성이 참여연대를 이끌어갑니다. 아마 돈은 그 다음 문제일걸요."

하지만 그는 고민이 많다. 시민단체의 새로운 위상 설정과 참여연대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창립 당시의 개혁 의제들인 반부패, 주주권리 중시 등이 이제는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가 됐잖아요. 하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아야 합니다. 참여연대와 저는 현실보다 꼭 한 발짝만 앞서서 새로운 변화를 꾀하겠습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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