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배가 고파도 독이 든 것은 먹지 않겠다." 지난해 8월 아프리카 잠비아의 레비 음와나와사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이 말을 하기 석 달 전 식량부족으로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했었다.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의 대통령으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다. 음와나와사 대통령이 말한 '독'이란 수입한 유전자 변형(GM) 옥수수를 가리키는 것으로,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잠비아는 결국 기아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 사회의 긴급 구호 식량 가운데 GM 옥수수 수입을 거부했다.■ 잠비아에서는 당시 홍수 피해 등으로 많은 국민들은 먹을 것이 부족해 고생을 했다. 하지만 이 나라 정보장관은 GM 식품이 몰고 올 장기적인 파급 효과를 검토한 결과 GM 관련 식품을 거부키로 했다고 밝혔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짐바브웨와 모잠비크도 마찬가지다. 이와는 반대로 GM 식량을 받아들인 나라들은 많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기구(WFP)는 기아 사태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 나라들에 대해 GM 식품이 유해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미국은 세계 최대의 GM 식품 수출국이다. 그래서 이 식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거나 그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국가들과 심한 마찰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과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GM 농산물이란 더 좋은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변형한 것으로 인체 유해 여부는 아직도 논란 중이다.
■ 지난해 9월 당시 김동태 농림부 장관은 이런 말을 했다. 농업의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기능성 농작물을 포함한 20개 품목 50종류의 GM 농산물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1991년부터 이에 관한 연구를 해 왔고 이 가운데 '제초제에 잘 견디는 벼' '바이러스에 강한 감자' 등은 얼마 후에 상용화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외국산 농산물에 대해 의무적으로 표시토록 규정된 '유전자 변형 표시 의무'를 미국산 생 감자에 대해서는 면제해 주기로 했다. 미국산 수입 농산물에 대한 유전자 변형 표시 의무 규정을 완화해 달라는 미 무역대표부(USTR)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미국의 통상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GM 농산물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무엇인가를 분명히 밝힐 때가 된 것 같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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