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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꺼진 브로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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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꺼진 브로드웨이

입력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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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공연의 메카 미 뉴욕의 브로드웨이가 '올 스톱' 상태다. 뮤지컬 연주자들의 규모를 줄이려는 뮤지컬 제작자들에 맞서 연주자들이 집단 파업을 감행,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 극장 제작자연맹(LATP)의 제드 번스타인 회장은 7일 "불행히도 연주자들이 브로드웨이의 불을 껐다"며 "오늘은 브로드웨이와 뉴욕시에게 슬픈 밤"이라고 말했다.이 사태로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라이언 킹' '플라워 드럼 송'등 18개 뮤지컬 공연이 취소됐다. 단 연주자들과의 특별계약 하에 진행되고 있던 '캬바레'등 일부 뮤지컬은 파업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뉴욕 브로드웨이 연주자 노조는 "대형극장에서 작품 당 24∼26명의 연주자를 고용해야 한다는 현 규정을 제작자들이 지키지 않으려 한다"며 "제작자들은 결국 뮤지컬 공연의 생음악을 컴퓨터 연주로 교체하려 들 것"이라고 파업 이유를 밝혔다. 뮤지컬 '시카고'의 한 바이올린 연주자는 "연주자들이 줄더라도 제작자들은 공연 티켓 가격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연주자들을 쫓아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주자들의 파업이 시작되자 브로드웨이의 배우노조와 무대장치·조명 담당 직원 노조 등도 파업지지 입장을 밝혀 연주자들에게 힘을 보탰다. 이로 인해 컴퓨터 장비와 테이프 음악을 통해 일부 공연의 상연을 추진하려 했던 제작자측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뉴욕 시민들은 제작자와 연주인간의 깊은 불신감으로 향후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이번 사태가 9·11 테러 이후 깊은 불황에 빠진 뉴욕 경제에 또 다른 주름살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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