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사정한파'가 몰아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치권이 인사파동으로 인한 청와대와 검찰간 정면충돌의 유탄을 맞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잔뜩 화가 나고 독이 오른 검찰이 정치적 독립을 과시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정치권 전반에 대해 사정의 칼을 휘두르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짙다.민주당에선 구주류측 의원을 중심으로 "심기가 사나워진 검찰의 표적이 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이들은 당장 수원지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구주류인 김방림(金芳林) 의원이 D상호신용금고 실소유주인 김영준 씨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한나라당 이양희(李良熙) 김원길(金元吉)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의원 등이 관련 사건으로 거명되고 있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상당한 조사가 이뤄진 이 사건을 무기로 정치권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구주류이면서 비노(盧)로 활동했던 이윤수(李允洙) 의원 사건 수사도 구주류측을 긴장하게 만드는 부분. "이 의원에게 돈을 주었다고 주장하는 S건설 사장 김모(50·구속) 씨의 수첩이 사정 정국의 시한폭탄"이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김씨의 수첩에는 이 의원 뿐 아니라 상당수의 정치인 이름이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에 남아 있는 노 대통령 측근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 염동연(廉東淵) 전 정무특보와 안희정(安熙正) 전 정무팀장은 이미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렀었다. 대검이 이 사건을 "당장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게 그나마 위안되는 부분이지만 "검찰이 의도적으로 노 대통령 측근들은 노릴 수도 있다"는 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면 신주류측 한 의원은 "검찰의 사정이 시작되면 여야와 계파를 떠나 부패 척결 또는 개혁 차원서 이뤄질 것"이라며 '표적사정'가능성을 부인했다.
한나라당의 반응은 더욱 예민하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검찰 인사 파동이 끝나면 검찰이 정치적으로 독립하려고 정치권과 일전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검찰이 축적해 놓은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한나라당 의원은 물론 민주당 구주류를 주 타깃으로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다른 의원은 "검찰이 입으로는 정치적 독립을 내세우겠지만 결국은 야당과 민주당 구주류만 거세하고 결과적으로 노 정권을 도와주는 것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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