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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셀코리아?… 답은 환율 손에

입력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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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북핵 위기 증폭과 경기 둔화 조짐, 새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정책 불확실성 등 이른바 '코리안리스크(Korean Risk)'가 최근 부각되면서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지고 있다.

올들어 아시아지역에서 국내 증시의 '나홀로 약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그나마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배경은 달러에 대한 원화의 전반적 강세기조가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원화 가치 하락 속도가 달러 하락 속도를 추월, 이 같은 기조마저 무너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무릅쓰고 보유중인 국내 주식과 채권 등을 팔아치우고 한국을 떠나는 이른바 '셀 코리아(Sell Korea)'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달러 환율, 일주일 새 25원 급등

미군 정찰기에 대한 북한 전투기의 근접 위협 비행과 미군 전폭기의 서태평양 지역 증파 등 북핵 위기가 증폭되면서 지난주부터 역외 선물환(NDF)시장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가 다시 줄을 이었다.

환율 상승조짐이 보이자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NDF 거래로 달러 매수에 나서고, 이런 움직임이 다시 환율 급등세를 야기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주초 1,194.40원으로 시작한 달러 환율은 5거래일 만에 25원 가까이 급등한 1,218.70원까지 올랐다.

LG증권 박윤수 상무는 "최근 15일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단 이틀만 제외하고 순매도 행진을 이어왔다"며 "지난 주말 정부의 증시 안정 대책이 예고되고, 삼성전자의 1조원대 자사주 매입 결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800억원 이상의 순매도가 이어진 것은 눈여겨 볼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주 '셀코리아' 분수령

국내 투자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은 크게 두가지로 집약되고 있다. 저가 매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비중확대' 의견을 내놓고 있는 골드만삭스와 이른바 '코리안 리스크'의 증폭 가능성을 들며 지난주말 '비중축소' 투자의견을 내놓은 메릴린치의 입장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동원증권 정훈석 연구원은 "장기 매매 패턴으로 볼 때 외국인들은 종합주가지수 600선 이하에서 매수에 들어갔으나, 최근에는 500선 중반의 할인가격에도 불구하고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주가 추가하락에 따른 바겐세일 시점을 더 기다리는 양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외국계 창구의 한 전문가는 "외국인들은 최근 북핵 문제 자체 외에도 법인세 정책 혼선, 한은과 재경부의 성장률 전망 혼선 등 개혁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새 정부의 경기 관리 의지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지수 저점을 520으로 설정한 LG증권 박 상무 역시 최근 환율 추세를 감안할 때 외국인들이 매수 시점을 좀 더 기다린다는 분석도 오히려 낙관론일 수 있다고 단언한다.

박 상무는 "외국인은 현재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손실과 환차손에 동시에 두들겨 맞고 있는 상황"이라며 "NDF에서 외국인의 추가 원화 매도세와 국내 금융기관의 달러 매수 동참 가능성을 감안할 때 결국 이번주의 환율 향방이 본격적인 '셀코리아'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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