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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서열파괴만으론 검찰 독립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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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서열파괴만으론 검찰 독립 안돼

입력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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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출범이후 국민들은 날마다 새 변화의 바람을 맞으며 파격에 익숙해지고 있다. 40대 젊은 여성 변호사를 법무장관으로 발탁했을 때의 서열파괴도 그러했고, 대통령이 평검사들과 공개 토론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토론을 생중계하는 것 등 변화와 개혁을 날마다 실감하고 있다.이번 토론 마당은 대통령으로서는 갈등이 있는 곳에 언제든 달려가 대화로써 풀겠다는 국정운영 철학을 바탕으로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 등 개혁의지를 천명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였고, 검찰로서는 국민이나 참여정부로부터 개혁대상으로 여겨지는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내부개혁 의지를 알려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마련되었다. 사리에 합당하고 객관적인 근거 제시와 이에 대한 비판을 통한 의사소통 만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올바른 해결방안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본다.

대통령의 검사들과의 대화에서도 분명해졌듯이 검찰 개혁의 목표는 수사권과 공소권행사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인사제도의 개선이라는 점은 검찰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는 바다. 과거 정치권이나 고위공직자에 대한 비리수사에서 드러났던 상사의 부당 지시나 정치적 영향 등은 결국 인사권자나 상사의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 안 되는 인사제도와 관행에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상사의 지시가 압력으로 느껴지고 정치권의 말 한마디가 법과 양심과 소신에 따른 일처리보다는 승진과 보직을 먼저 생각하게 하는 위계구조는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학연 지연의 연고주의와 서열중심의 인사관행을 타파하는 것이 그 한 방법일 것이다. 능력 있고 도덕적이며 민주적인 검사를 발탁하여 승진시키고 주요 보직을 주어 위계적 관료적 조직으로부터 민주적 자율적 조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물론 기수문화의 파괴만으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 절차나 기준 없는 발탁인사는 새로운 줄서기를 만들어내고 결국 새 인사권자에게 예속되는 것이라는 젊은 검사들의 비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평검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사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줄 일은 아니다. 검찰인사위 제도를 통해서 절차와 방식이 정형화하고 기준의 객관성이 확보되면 법무장관이 인사권자가 되더라도 정치적 영향은 배제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도 단호하게 강조했듯이 그동안 검찰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권력 편들기에 급급했던 검찰지도부에 책임을 묻는 인적 청산도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법무장관은 인사권을 통한 검찰장악이라는 오해를 피하고, 취임초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개혁은 좌초될 것이라는 조급증에서 벗어나 지금이라도 현행 법테두리 내에서 검찰인사위를 거쳐 인사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인사의 권위가 서고 내용의 정당성을 갖는 것이다. 인사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개혁프로그램과 스케줄만 있다면 제대로 된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인적 쇄신만으로는 개혁을 온전하게 이루어낼 수 없다. 후배상관 밑에서도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고는 선배검사들은 검찰을 떠날 것이고, 서열중심의 관행은 그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명하복의 조직구조, 상급검사의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는 내부결제제도, 보고업무 등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에 한마디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정치적 성향의 검찰 고위층에 쓴 소리를 내뱉지 못하던 검사들이 집단적으로 성명을 내는 오늘의 이 사태가 집단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님을 보이기 위해서도 검찰들은 외부 압력이나 상사의 부당한 명령에 제 목소리를 내는 민주적 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검찰은 이번이 검찰 바로서기의 마지막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 태 훈 고려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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