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토론회의 최대 화제는 단연 노무현 대통령에게 거침없는 질문을 쏟아낸 서너명의 평검사들.가장 돋보인 인물은 노 대통령도 정치인 시절 검찰에 대한 외압을 행사한 적이 있다고 주장한 수원지검 김영종 검사. 김 검사는 노 대통령이 "검찰에 청탁전화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정치인 시절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걸지 않았느냐"는 가시돋친 질문을 던져 노 대통령으로부터 "이 정도 가면 막 하자는 거죠"라고 격앙된 반응을 이끌어냈다. 노 대통령은 곧 감정을 가라앉힌 뒤 "사건에 연루된 지구당 당원이 억울하다고 해서 얘기나 한번 들어보라는 차원에서 전화한 것으로 청탁 전화가 절대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이미 대화장은 일촉즉발의 대결국면으로 치달은 뒤였다. 이 사건은 노 대통령이 유력 민주당 대선 후보로 떠오른 지난해 4월 한 민주당원의 단란주점 불법영업 혐의에 대해 이병기 지청장에게 전화를 건 것이 발단이 돼 벌어졌으며 당시 야당 등으로부터 "전형적 검찰 수사개입"이라는 비난이 제기됐었다. 노 대통령을 격앙케 한 김 검사는 김방림 의원을 구속한 수원지검 특수부의 일원으로 최근 이철규 분당경찰서장의 영장기각 이후 담당 판사와 변호사가 술자리를 가진 사실을 밝혀낸 주인공이다.
"SK그룹 수사과정에서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한 인천지검 이석환 검사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검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지검 형사9부 소속으로 SK 수사를 맡았었다. 그는 전격적인 SK그룹 압수수색을 통해 최태원 회장 사무실에서 주식 맞교환을 통한 지배권 확립내용이 담긴 비밀보고서를 입수, 최 회장을 구속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이 검사는 광주지검 등을 거쳐 서울지검 특수부와 형사9부에서 금융, 증권범죄 수사 전문가로 명성을 날리다가 최근 인천지검 소속 금융감독원 파견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평검사 중 처음으로 발언권을 얻어 "토론의 달인인 대통령께서 이 분야의 아마추어인 검사들을 제압하려고 하지말고 우리들의 말을 많이 들어달다"고 일침을 가한 서울지검 허상구 검사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 서울지검 공안1부 수석검사로 전보된지 일주일도 안 돼 전국 평검사 대표라는 중책을 맡은 허 검사는 긴박한 상황이 닥칠때마다 차분한 어조와 논리적인 설명으로 사태를 수습, 호평을 받았다.
평검사회의 대변인인 서울지검 이옥 검사도 노 대통령이 개혁의 상징으로 내세운 강금실 장관의 '여성 카운터파트'로서 강 장관 못지 않은 강단을 과시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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