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2일 오후 3시 제주공항 국내선 2층 출발장 대합실내에 있는 공항 면세점. 490평의 매장에 수백명의 출발 승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차 면세품을 사고 있었다. 부산에 산다는 최모(43)씨는 "좋아하는 발렌타인 17년산 양주를 샀는데 시중가와 비교해보니 부산-제주간 비행기 편도 요금 정도는 건진 것 같다"며 좋아했다. 이날 하루 제주도를 빠져나간 여행객 4명중 1명이 내국인 면세점을 이용했다.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제주 국제공항과 제주항에 문을 연 내국인 면세점이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면세점 이용자들은 평균 7만3,000원 정도의 면세품을 구매하고있다"며 "공항과 항만 면세점에서 하루 평균 2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시중 백화점은 물론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국제공항 면세점보다 값이 싸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주로 찾는 발렌타인 17년산(1리터)은 시중 백화점에서 14만2,000원에 팔리고 있으나 내국인 면세점에서는 이보다 5만8,000원이 싼 8만4,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시중가 대비 할인율이 40.8%에 달한다.
다른 면세품들도 시중 백화점 가격에 비해 적게는 15.9%에서 많게는 49.9% 저렴하다. 제주공항 면세점 관계자는 "제주 내국인 면세점 가격은 홍콩 첵랍콕 공항이나 싱가포르 창이 공항 면세점보다 평균 5∼10% 싸다"고 말했다. 면세점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절차도 편리하다. 외국에서 물품을 사서 들어올 때에는 세관에 신고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외국 항공권을 소지하면 이용할 수 있는 시중 면세점에서 살 경우 외국 여행기간 동안 계속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제주 내국인 면세점에서는 항공권을 제시해 바로 물품을 받아 탑승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들도 눈에 띈다. 우선 품목이 많지 않다. 시중 면세점은 보통 40∼50개 품목(주류, 화장품 등의 구분)을 팔고 있는데, 제주 내국인 면세점에서는 15개 품목(브랜드는 167개)만 취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JDC측은 "앞으로 취급 품목 수도 늘리고, 브랜드도 확충할 계획"이라며"유명 화장품 중 샤넬과 에스테로더, 선글래스의 명품 오클리가 4월에 입점할 예정"이라고밝혔다. 개인당 1회에 35만원(미화 300달러) 어치만 구입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 고가 명품을 취급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 이용자격은 만 19세 이상 성인이고, 개인 당 연간 이용 횟수는 4회다.
정종환 JDC 이사장은 "제주내국인 면세점 수익금은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기 위한 재원으로 쓰인다"고 밝혔다.
/제주=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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