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의 큰 착각 중에 하나가 시장을 매도 세력과 매수 세력의 싸움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증시에 들어온 투자자 모두는 매수 세력으로 간주돼야 한다. 매도(sell) 세력은 '매수 취소(buy cancel)' 세력에 불과하다. 산 주식이 목표가격에 도달했거나, 다른 나쁜 뉴스가 생겼거나, 처음에 마음에 둔 전략이 빗나갔을 때 이미 주식을 가진 사람들이 팔고 떠나갈 뿐이다. 투자자라면 현재 투자자이든 잠재 투자자이든 결국은 모두 바이어(매수자)인 셈이다.그렇다면 진짜 매도 세력은 누구인가? 그것은 주식이라는 유가증권을 찍어서 시장에 공급하는 상장 기업들이다. 최근 소액주주 운동이 활발해지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적은 지분 보유비율로도 경영권을 유지하기 쉽고, 배당에 대한 기대도 낮은 상황에서 기업이 종이를 주식으로 만들어서 파는 일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장이 좋아지면 엄청난 물량이 시장에 풀리고 그 후유증은 그대로 투자자들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 우리 증시의 대세 상승을 파괴하는 큰 세력은 바로 이러한 주식 매도 세력이었다.
요즘 주주총회 계절을 맞아 주식을 매도한 세력과 그 주식을 매수한 세력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고 있다. 무슨 생각으로 주식을 발행했고, 주주에게 무엇을 주었으며, 앞으로 무엇을 줄 계획인지를 엄격하게 따져 놓아야 다음에 올 주가 상승이 더 실속 있고 오래갈 수 있다.
대개의 투자전략이라는 것이 결국은 나 아닌 다른 매수세력과의 싸움 방법(병법의 기본은 속임수다)에 불과하지만 투자성과의 대부분은 주식을 매도하는 세력과의 싸움에서 결정이 나버린다는 점은 무시되고 있다.
요즘 같이 불확실한 장에서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하늘에서 뭐가 떨어질지 왈가왈부하느니 주식을 판 사람들에게 가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편이 훨씬 현명할 것이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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