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게임계의 최대 사건은 단연 게임비 100% 인상이다. 당시 '핫도그 하나+게임 1판=100원'이라는 공식에 길들여져 있다 양자택일을 강요받은 청소년들은 핫도그 하나를 물고 닌텐도나 PC게임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이로 인해 업소용 비디오 게임은 침체기를 맞았으나 91년 스트리트파이터2(스파2)라는 구세주의 등장은 다시 오락실 중흥기를 열었고, 게임비 100원 시대는 그제서야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스파2는 여러 면에서 100원의 게임비를 정당화시켰다. 우선 이 게임은 2인 대결을 위해 항상 2대 1조의 게임기를 필요로 했다. 당장 필요한 게임기 대수가 늘어났고, 공간도 많이 차지해 업소를 확장하거나 다른 게임기를 퇴출시켜야 했다.
조이스틱 버튼 수도 무려 6개. 보통 2개의 버튼을 쓰는 일반 게임의 3배다. 또 흥분한 게이머가 조이스틱을 거칠게 다뤄 쉽게 망가지곤 했다. 그밖에도 게임 속 대결이 실제 시비로 비화되어 애꿎은 게임기를 박살내는 경우도 있어 오락실 주인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드는 비용이 많았다.
스파2가 청소년들을 사로잡은 원인으로는 '2인 대전'이라는 장르적 특성외에도 개성 뚜렷한 등장 인물들의 조화가 꼽힌다. 발록, 베가, 사가트, 바이슨 등 소위 적 캐릭터 '4대천왕'과 주인공 캐릭터 8명이 있다.
게임 스토리의 주인공은 가라데 수행자 '류'와 '켄'. 승룡권, 파동권 등 조작 쉬운 기술을 구사하는 균형잡힌 캐릭터다. 초보자들에게 가장 인기를 끈 캐릭터는 미군병사 '가일'. 스피드와 파워가 좋은 편이고 공중에서도 적을 집어 던질 수 있어 호평을 받았다. 점프시 체공기간이 긴 것은 약점. 역시 최고의 인기 캐릭터는 권법소녀 '춘리'로, 뛰어난 스피드와 유일한 여성 캐릭터라는 점이 어필했다. 이 밖에도 속칭 '야수'로 불린 전기인간 블랑카, 스모선수 혼다, 러시아 레슬러 '장기에프', 인도 요가 스승 '달심' 등이 있었다. 특히 달심의 경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간디'라는 애칭으로 인기를 얻는 바람에 비폭력주의자 간디가 무술인으로 오해 받기도 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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