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제국의 아침"을 보는것 같군당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당권 후보들을 놓고 '품평회'가 한창인 당직자들의 얘기를 엿들어 보았다.
"서청원 대표가 또 나온대며."
"글쎄 말야. 작년 12월26일에 의원·지구당위원장 앞에서 공개적으로 대표 경선에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해놓고 어떻게 그걸 뒤집지."
"얼마 전 의원회관에 갔는데 어떤 의원은 '서 대표가 또 나오면 당이 엉망이 된다. 절대로 안 된다'고 펄펄 뛰던데."
"그렇다고 대안이 확실히 있는 것도 아니고. 최병렬 의원만 해도 나이가 65살이나 되지, 아마."
"내년 총선 때 당 얼굴로 나서야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하고 비교가 되겠지."
"최 의원 비서관들은 그러대. 서 대표도 육십이고 김덕룡 의원도 62살인데 우리 영감이 뭐 나이가 많냐고."
"이회창 총재쪽 사람들도 최 의원에 대해선 서운한 게 많은가 봐. 작년 박근혜 의원 탈당 때 그 양반이 이 총재 필패론을 내세웠던 게 좀 그랬지."
"최 의원은 또 민정계 원조잖아. 하기야 강재섭 의원도 마찬가지긴 하다."
"강 의원이 되면 영남당 된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어. 수도권에서 특히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와. 카리스마가 없다는 지적도 있고."
"강 의원은 아들 병역 문제도 있지. 병역의 병 자만 나와도 솔직히 우리는 살 떨리는데…. 그럼 김덕룡 의원밖에 안 남네."
"아이고, 우리 당에서 호남 출신이 어떻게 버텨."
"그런가. 사실 김 의원은 비주류를 오래 하긴 했는데 뭐 뚜렷한 공적이 별로 없어."
"얘기하다 보니까 꼭 '제국의 아침' 보는 것 같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김원기-정대철 "金-鄭의 전쟁"
민주당에 '김·정의 전쟁'이 한창이다. 신주류의 양대 산맥인 김원기 고문과 정대철 대표간의 권력 암투를 일컫는 것이다. 양측은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 꺼풀만 벗겨보면 양측의 신경전, 세확보 경쟁은 이미 단순한 주도권 다툼 수준을 넘어선 느낌이다.
당 개혁안의 통과 이후 정치일정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우선 눈에 띈다. 김 고문측은 '임시지도부 구성 후 7,8월 전대론'을 펴면서 김 고문이 임시지도부를 이끌기를 희망한다. 시간을 갖고 서서히 당을 장악해 가겠다는 속셈으로 비쳐진다. 반면 정 대표는 4월에 전당대회를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현직 대표의 프리미엄을 누리는 대신 김 고문에겐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김 고문이 원내대표, 정 대표가 당의장에 관심을 두면서 두 직책의 권한에 대해 벌써부터 견제를 시도하고 있는 점도 눈 여겨볼 대목. 김 고문은 원내대표의 운영위원장 겸임과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 지명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 대표측은 "속 보인다"는 반응이다.
김 고문이 최근 신·구주류에 상관없이 매일 5∼7명의 의원과 저녁자리를 가지며 지지세를 다지고 있는 것도 정 대표측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에서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등 정무라인과 부부동반 만찬을 가지면서 김 고문만 부르고 정 대표는 부르지 않은 게 정 대표측을 한층 긴장시켰다. 이러자 정 대표도 5,6일 유 수석과 문 실장을 연쇄 접촉하는 것으로 견제구를 날렸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양측에선 인신공격성 비방도 나온다. 김 고문측은 정 대표를 향해 '비리혐의로 재판 받고 있는 사람'이라며 "당의 개혁 정체성과 맞는지 모르겠다"고 발을 건다. 정 대표측은 김 고문을 '당의 얼굴이 되기엔 부적절한 호남 출신'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영남을 공략하기엔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몰아세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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