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직인 금융감독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의 진퇴를 둘러싼 잡음을 듣노라면 절로 탄식이 난다. 모름지기 인사는 국정운영의 근간인데 새 정부의 인사방식이 뒤죽박죽으로 비치기 때문이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법에 정해진 임기는 보장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참여정부의 조각 때 두 위원장의 교체가 거론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의 공식입장과는 전혀 다른 '메시지'가 청와대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요컨대 "개혁의 '코드'가 안 맞는 사람은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라"는 식이다. 공식적으론 임기보장 원칙을 말하면서, 뒤로는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이중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임기직 자리는 '가시방석'이 될 수밖에 없다. 마침내 청와대 인사보좌관의 공개적인 '사퇴종용' 발언이 나오자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이 사표를 내기에 이르렀다.
반면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이 같은 청와대의 이중태도가 못마땅해서인지 "대통령의 의사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사표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는 이 위원장은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다만 일국의 장관급을 (청와대가) 말단 주사 다루듯 너무 가볍게 대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출했다는 후문이다.
수장(首長)의 신분이 붕 떠 있는데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금감위, 금감원 직원들은 후임원장의 하마평에만 온통 귀를 기울일 뿐 사실상 일손을 놓은 지 오래다. 국가리스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연일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며 금융불안은 계속되는데 시장감시자는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사태의 책임자는 과연 누구인가.
변형섭 경제부 기자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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