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법무부와 대검, 서울지검 등 전국 20여개 지검 지청 등은 온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다. 중간 간부와 평검사 회의가 잇따라 개최되면서 검찰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긴장감이 감돌았다. 결국 서울지검 평검사들은 "진행중인 검찰 인사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고, 일선 지검·지청 검사들도 '검사 인사권의 검찰총장으로의 이양'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와 건의서를 수뇌부에 전달했다.서울지검 평검사 70여명이 청사 15층 대회의실에서 전체 회의를 개최한 것은 이날 오후 2시. 지난달 15일 검찰 개혁 토론회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회의에서 평검사들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마련한 파격적인 인사 지침을 한마디로 "밀실인사 정책"이라고 못박았다. 강 장관의 인사 지침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생략한 채, 정치권 선호에 따라 일부 검사를 '간택'하고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 평검사들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중립을 보장하겠다고 해놓고도 "독립은커녕 오히려 예속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며 권력의 중심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강 장관에 대한 비판도 쏟아져 한 소장검사는 "강 장관이 취임 후 검찰 개혁 청사진 한번 내놓기나 했느냐"며 "일부 외부 인사들과 은밀한 개혁을 추진하는 게 '강금실식 개혁'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평검사들은 그러나 서열파괴 인사에 대한 반발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들은 "검사장 기수가 낮아져 개혁이 이뤄진다면 우리가 왜 반대하겠느냐"며 "문제를 삼는 것은 바로 인사의 절차와 투명성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장 주변은 이중 철문이 굳게 닫힌 채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차단됐으며, 급히 처리해야 할 사건이 있는 10여명을 제외한 평검사 전원이 참석해 4시간 동안 팽팽한 긴장감 속에 회의가 진행됐다.
이에 앞서 대검 과장급 중간 간부 45명과 서울지검 부장·부부장검사 40여명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우리의 입장'이라는 건의문 등을 발표하고 법무부 인사 방안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건의문을 통해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인사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번 인사도 검찰인사위원회 등을 통해 검찰과 협의해 단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조계 주변에서는 이날 움직임에 대해 고위 간부들이 한발 물러선 상태에서 평검사들이 전면에 나서는 등 검찰이 정치권을 겨냥해 고차원의 '작전'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강 장관은 평검사회의가 진행중인 오후 3시께 "검찰총장과 재협의하고, 인사를 재검토하겠다"고 긴급 진화에 나섰다. 법무부는 오후 8시께 '인사문제는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하겠다. 검사들은 동요하지 말라' 는 강 장관 명의의 지침을 전국 일선 지청에 긴급 하달했으나 반발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김각영 총장은 강 장관과의 재협의가 결렬된 직후 열린 간부회의에서 "내가 물러나야 되는 것 아니냐"며 사퇴의사를 간접적으로 나타냈으나 간부들이 "지금 물러나면 구심점이 없어진다"고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강훈기자 hoony@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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