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입니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7일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이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 뒤늦게 나타나자 이렇게 부르며 격려했다. 그는 이날 토론회 중간에도 강 장관의 자리가 비어 있자 "갈등이 좀 뜨거운 모양"이라면서 "국민의 불신을 받는 조직이 지금 그대로 서열주의도 지키고, 발탁인사를 막아달라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말해 '검찰 개혁' 의지를 거듭 다졌다.그러나 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는 인사말에서 신임 각료들에게 "잘 해달라"고 당부하면서도 "불안하다"는 말을 세 번이나 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자신의 의지대로 임명한 개혁장관들에 대한 신뢰와 걱정스러움이 그대로 배어있었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에게) 맡긴다고 해놓고서도 불안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맡기고 지켜보고 영 안되겠다 싶으면 (내가 나서)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마음이 잘 안 놓이지만 능력을 신뢰하고 일을 맡길 줄 아는 자세를 배우고자 한다"고 덧붙이며 스스로 다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검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 재벌, 언론 등 각 분야에 대한 개혁 구상을 소상하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정치는 "정치는 1차적으로 권력투쟁이고,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정의하며 "정치인과 유권자는 계약당사자이고 때로는 흥정대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실제로 속인 게 없이 받는 사람들이 속는 것"이라며 "지금은 정치권이 자율적으로 개혁해나가기를 바라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고 생각되면 국민에게 직접 나서 호소할 생각"이라며 정치개혁을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재벌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며 '시장개혁'이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몰아치기를 하는 대신에 피할 수 없구나 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바짝 끈을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에 대한 언급 역시 여느 때처럼 직설적이었다. 그는 "내가 대통령이 된 것도 한 언론과 12년 동안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몸조심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와 언론이 모두 깨끗해지기 위해서는 서로 긴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들에게 "적당하게 편하게 누이좋고 매부 좋고 하는 식으로 넘어가지 말라"며 "억울한 일을 당하면 꼭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저녁 식사 시간에서 진대제(陳大濟) 정통부 장관은 강 법무장관에게 "힘드시죠, 저도 계속 혼나고 있습니다"라고 동병상련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진 장관은 "국가 발전에 기여해 만회하겠다"며 "빨리 나라발전을 위해 일해야지 이런 일로 시간낭비하면 되겠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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