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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쉽고 재밌는 과학서

입력
2003.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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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깊이 있으면서도 쉽고 재미있는 글쓰기는 늘 교양서의 숙제다. 전문적 내용을 다루는 과학서는 특히 더하다. 외국에는 과학의 대중화를 이끄는 글 솜씨 좋은 저술가들이 많지만, 국내에는 별로 없다.자연과학책 출판사들은 전문가와 대중 사이에 다리를 놓을 필자 찾기가가장 큰 고민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글쓰기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전문분야 연구에만 매달려 와 아는 것을 대중에게 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어렵고 낯선 과학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대중적 글쓰기는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 책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아득한 요새일 뿐이다. 대중은 그 성채의 위용 앞에서 ‘접근 금지’라고씌어진 보이지 않는 표지판을 읽으며 절망하게 된다.

이번 주 신간 ‘카오스와 코스모스’(요아힘 부블라트 지음, 생각의나무발행), ‘자연과학의 세계‘(김희준 지음, 전 2권, 궁리 발행)는 그래서눈에 띄는 책이다. ’카오스와 코스모스’는 현대 물리학의 난해한 카오스이론을 아주 매끄럽게 소개하고 있다.

독일의 과학 저술가인 저자는 이 분야에 관한 정확한 지식과 훌륭한 글솜씨를 자랑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대목을 보자. “행성은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가죽 위에 놓인 쇠구슬처럼 공간을 움푹 들어가게 한다.” 질량이 공간을 비트는 현상을 명쾌하게 묘사했다. 이 책은누구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씌어졌다.

‘자연과학의 세계’는 서울대 화학과 김희준 교수의 자연과학 개론 수업을 토대로 꾸민 책이다. 물리ㆍ화학ㆍ생물학ㆍ지구과학을 아우르면서 우주와 생명의 역사를 광자(빛의 입자)와 각 분야 대가들이 대화 형식으로 엮었다. 광자가 묻고 과학자가 답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과학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게 되어있다.

올 1월에 나와 2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이야기’(파인만 지음, 승산 발행)도 쉽고 재미있게 말하기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과학 기피증을 호소하던 사람조차 이 책을 읽고 물리학에 빠졌다고들 말한다.

그런 책을 계속 만나고 싶다. 이왕이면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 말로 직접쓴 것으로.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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