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2.2%에 달했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보유 지분율이 2002년에는 0.45%로 감소하는 등 2002년 현재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이 실제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이 10년전인 92년의 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 지분을 가진 재벌 총수가 계열사의 상호 출자를 통해 전 계열사를 지배하는 '황제식 경영'의 강도가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92년 이후 대규모 기업집단 내부지분율' 자료에 따르면 LG그룹을 제외한 삼성, SK, 한진, 금호, 한화그룹 등 주요 재벌그룹 총수들의 자기 명의 보유지분이 최근 10년간 70% 이상 감소했다. 삼성의 경우 총수 1인의 보유 지분이 2.2%에서 0.45%로 감소했으며, 가족(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도 7.3%에서 1.99%로 급감했다.
SK는 총수 보유지분이 10.7%에서 2.51%, 가족 보유 지분은 20.2%에서 3.21%로 감소했으며, 한진그룹도 총수 지분은 10.1%에서 2.16%, 가족 지분은 26.5%에서 8.28%로 급감했다. 반면 LG그룹은 92년 0.2%에 머물렀던 총수 지분율이 2002년에는 0.61%로 늘어났다.
그러나 재벌 총수와 그 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의 대폭 감소에도 불구, 재벌 총수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내부지분율'은 삼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재벌에서 오히려 높아졌다. 계열사간의 상호 출자가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92년 58.3%였던 내부지분율이 2002년에는 42.5%로 줄어들었으나, LG(39.7%→45.6%) SK(46.5%→56.7%), 금호(41.9%→57.7%), 롯데그룹(22.9%→32.7%) 등은 내부지분율이 높아져 총수의 그룹 지배력이 더욱 강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 규제를 강화한 98년 이후에도 총수 지분을 줄이는 대신 우회출자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현상이 계속됐다"며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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