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혜택도 없고, 준비는 두세 배 힘들고, 남들 쉬는 방과후나 주말에 강의를 하는데…." 지난해 3개월간 지역교육청 영재교육에 강사로 나섰던 서울 A초등학교 김모(31)교사는 또 다시 '차출' 될까 걱정이다. 서울 B중학교 한모(53)교장은 "지난해 자원 교사가 한 사람도 없었는데, 올해도 억지로 보낼 일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교육대상자가 두 배로 늘고, 초등학교에도 영재교육원이 생기는 등 올해부터 영재교육이 대폭 확충되지만 정작 일선 교사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교사충원은 각 지역교육청에서 교장 추천이나 희망교사를 받아 영재학급이나 영재교육원에 파견한다.
기피이유는 우선 수업준비에 부담이 크기 때문. 6개월간 과학 영재교육을 맡았던 경기 B초등학교 윤모(34)씨는 "똑 같은 시간외 업무지만 부진아 지도나 특기적성교육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아이들이 워낙 영리해 한 시간 수업분량이 20분이면 끝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상질문까지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망신당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소속 학교 수업이나 잡무는 똑같이 해야 한다.
게다가 연간 60시간 이상의 관련 연수를 받아야 가르칠 수 있고, 나중에 투입된 경우라도 6개월 이내에 연수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영재교육을 위한 연수를 거친 교사조차도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것.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연수를 받은 1,000명 중 불과 295명만이 영재교육을 맡고 있다. 연수는 승진에 도움이 되지만 영재교육은 그렇지 않기 때문. 지난해 경기도에서 영재학급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한 교사도 최근 승진점수가 높은 벽지학교로 전근을 갔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물질적 보상도 적다. 윤 교사는 "시간당 2만원인데 그나마 막바지에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도 "3시간에 13만원 남짓 하는 강사료로는 우수 강사 초빙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팀 조석희 팀장은 "교사 수를 대폭 늘려 수업부담을 덜고 적절한 보상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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