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못참겠다. 이제 그만 끝내라." '한 때'의 인기에 안주, 질질 끌기로 비판 받아온 MBC 일일연속극 '인어아가씨'(극본 임성한, 연출 이주환)에 대한 일부 네티즌의 분노가 폭발했다.인터넷 다음 사이트에서 활동중인 이 드라마 안티 카페 '임성한 안티 정정당당'(cafe.daum.net/18dlsdj) 회원들은 6일 하루 내내 MBC '인어아가씨' 게시판에서 종영을 촉구하는 '사이버 시위'를 벌였다. 특정 드라마의 내용에 관한 네티즌들의 찬반 논쟁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종영을 요구하는 집단 행동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티 카페 회원들이 '졸렬한 드라마로 시청자를 우롱하는 임성한과 MBC는 자폭하라!' '임성한 안티 정정당당'이라는 제목의 시위 글을 올린 것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순식간에 100여건의 글이 오르자 iMBC측은 "(내용에 관계없이) 게시판을 도배하는 글을 삭제한다"는 운영 방침에 따라 같은 제목의 글들을 지우고 일부 회원의 글쓰기 권한을 제한했다. 이에 맞서 안티 회원들은 제목을 바꿔 글을 올리거나 MBC 옴부즈맨 프로그램인 'TV속의 TV' 게시판으로 옮겨 시위를 계속했고, 이들의 행동을 비난하는 글도 잇따라 하루 종일 '사이버 전쟁'이 벌어졌다.
가족을 버린 아버지와 후처에 대한 섬뜩한 복수를 그린 '인어아가씨'는 일일연속극의 공식을 과감히 깬 파격적인 구성으로 4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나 지나친 간접 광고, 비속어 남발 등으로 비난을 받았다. 더욱이 올 초 아리영의 복수극이 끝난 뒤, 아리영의 시집살이와 예영과 마준의 연애담을 골격으로 한 홈 드라마로 방향을 바꿔 드라마를 이어가자 "시청률에 편승한 억지 늘리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안티 카페 운영자로 사이버 시위를 주도한 주부 홍모(29·ID 겨울수박)씨는 "억지 늘리기보다 더 큰 문제는 인물간의 갈등을 지나치게 거칠게 그려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어려서 죽은 아리영의 동생이 자폐아로 태어난 것이 어머니가 임신 중 이혼을 당한 고통 때문인 것처럼 그려 실제 자폐아를 둔 부모들이 심한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 차례 게시판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제작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면서 "드라마가 종영될 때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마 기획자인 이재갑 CP는 "의견 개진은 자유지만 '테러'나 다름없는 집단행동은 옳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반대 의견을 참고는 하겠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아직 다 끝나지 않았는데 일부 네티즌이 종영을 요구한다고 드라마를 끝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영상홍보학부 교수는 "복수극에서 홈 드라마로 방향을 바꾼 것은 시청률지상주의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지만 제작진이 당장 종영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안티 회원들은 제작진에 정식으로 면담 요청을 하고 제작진도 이를 수용, 얼굴을 맞대고 진지한 토론을 거쳐 합의점을 찾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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