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권 5년간 검찰내부에서 서울고검은 '유배지'로 불렸다. 대부분의 서울고검 검사들 이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슴속에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고검으로 발령 나면 검사들은 "왜 내가 여기 왔을까"라며 어리둥절해 한다. 그러다 나중에야 '무슨 무슨 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는 절치부심한다. 고검 검사들은 그렇게 '정해진 코스'를 밟아왔다.서울고검이 한 때 야당 총재와 같은 고교 출신들의 집합소가 된 적도 있었다. 또 YS정권 때 각종 대형 사건들을 수사하는 등 검찰을 대표했던 내로라하는 '스타검사'들이 줄줄이 고검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과 대통령 아들을 구속시킨 주임 검사들마저 나란히 고검에 근무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어떤 검사들은 '서경원 사건' 등 DJ와 연관된 사건을 맡았다는 '괘씸죄'로 5년 내내 고검을 전전했다. DJ정권에 타격을 주는 '권력형 비리'사건을 고분고분 처리하지 않았다는 것이 고검으로 발령난 숨겨진 배경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쯤 되다보니 검찰내 소외그룹에서는 "5년전 대검 중수부와 공안부가 서울고검으로 옮겨왔다", "각종 게이트에 고검팀을 투입해야 한다"는 자조섞인 소리까지 돌았다.
요즘 '서열파괴'가 검찰개혁의 대명사처럼 요란하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뒤틀어진 인사를 바로 잡는 것도 서열파괴 만큼 중요하다. 권력층의 비위에 거슬렸다고 한직으로 몰아내는 잘못된 인사야 말로 검찰 중립을 가로막는 최고의 적이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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