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가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재번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구약 성서는 '표준새번역', '공동번역' 등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의 재번역은 60여년 만에 이뤄지는 역사이다. 현재 각 교회에서 예배 때마다 암송하는 주기도문은 1937년 대한성서공회가 발행한 '개역성경' 속에 들어 있고 사도신경은 그 전에 번역된 것이다.예장 통합은 지난해 9월 주기도문, 사도신경을 1년간 연구한다는 방침으로 '주기도문 사도신경 재번역 위원회'를 구성하고 여섯 차례의 연구모임을 통해 최근 번역 초안을 완성했다. 주기도문은 주로 마태복음의 희랍어 원전을, 사도신경은 750년 로마 가톨릭 교회가 공인한 라틴어 원전을 기본 텍스트로 삼았다. 위원회는 17일 기독교회관에서 총회와 60개 노회 임원, 신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초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재번역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보수적인 교회들이 이를 꺼려 미뤄져 왔다. 번역 위원인 장로회신학대학 이형기 교수는 "한국 교회 구성원들은 21세기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은 20세기 초의 어법 그대로이며 신학적 문제도 일부 안고 있다"며 "요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옮겨야 한다"고 새 번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초안은 주기도문 가운데 '나라이 임하옵시며'를 '나라가 임하게 하시오며',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며'는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옵고'등으로 옛말투를 현대 한글어법에 맞게 고쳤다.
일부 신학적 문제가 제기된 부분도 수정됐다. 사도신경에서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로 바뀌었다. 이 교수는 "라틴어 원문이 '전능하신 아버지'로 되어 있다"면서 "아버지는 아들을 통해서 계시된 사랑과 은혜의 하나님이기 때문에 이 해석이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교계는 전통적으로 성서 개정 번역에 보수적 입장을 보여 왔다. 중세교회는 천년이 넘도록 4세기에 제롬이 번역한 라틴어판을 사용했고 영어판은 20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나왔다. 최근 국내에서 성서 개정판이 잇달아 나오고 있으나 각 교회들이 채택을 꺼리고 있어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예장 통합은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후 9월 총회에서 새 번역을 확정한 후 1년 동안 각 교회의 의견을 모아 내년 총회에서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예장 통합 이외의 다른 개신교 교단과 천주교, 성공회 등은 재번역에 미온적인 입장이어서 한국 기독교 전체가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의 새로운 번역판이 나오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학계는 예장 통합의 시도에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재번역의 '출발'이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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