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의 스테디셀러 학습서인 '성문영어' 시리즈의 저자 혜전(惠田) 송성문(宋成文·72·사진)씨가 6일 국보 4건과 보물 22건 등 수백억원 대의 국보·보물소장 문화재를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지건길·池健吉)에 기증했다.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송씨를 대신하여 장남 송철(宋哲·44) 성문출판사 사장은 이날 오전 중앙박물관에서 대보적경(大寶積經·국보 제 246호)을 비롯한 국보 4건과 보물 22건, 운보 김기창 화백의 '동해일출도' 등의 기증식을 가졌다. 이 문화재는 송씨가 30년 동안 수집한 것으로 국가 지정문화재 26건이 한꺼번에 기증된 것은 처음이다.
송 사장은 "아버지는 1999년 일선에서 물러난 직후 관리자를 찾다가 중앙박물관에 보관하기로 결심했다"며 "침대 옆 반닫이에 넣어 두고 좀이 슬지 않도록 수시로 빛을 쏘이는 등 친자식처럼 돌보던 물건들"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앙박물관에 처음 기증 의사를 밝힌 송씨는 "언론의 관심을 끄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최근 둘째 아들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떠나 이날 기증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송씨는 잠실 선수촌 아파트에서 부인 오화순(吳華淳·67)씨, 장남 부부와 함께 살고 있으며 43평짜리 아파트 외에는 별다른 재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나온 지정문화재 26건은 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국보·보물(총146건)의 18%에 이른다. 특히 고려 초조 대장경을 비롯한 고려∼조선 초 목판본 불경은 대부분 국내 유일본이다. 지건길 중앙박물관장은 "오늘 기증받은 문화재들은 중앙박물관 1년 예산(60억원)으로는 겨우 두어 점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귀중한 것"이라며 "10월에 '혜전 송성문 선생 기증문화재 특별전'(가칭)을 열고 정부 훈장도 상신하겠다"고 밝혔다.
평북 정주 출신으로 한국전쟁 당시 단신 월남한 송씨는 61년 부산 동아대 영문과 졸업 후 마산고 교사로 재직하던 중 67년 '정통종합영어'를 펴 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나중에 '핵심 영어' '기본영어' 등이 추가되고 이름도 '정통' 대신 '성문'으로 바뀌었으며 현재까지도 홍성대씨의 '수학정석' 시리즈와 함께 중·고생의 필독 참고서가 돼 있다.
이 시리즈로 재산을 모은 송씨는 80년대부터 문화재 수집에 나섰다. 송씨의 고향 친구로 문화재 수집에 도움을 준 전문(田文·76)씨는 "50년대 후반 제지공장 부근에서 우리나라 고인쇄물이 종이 원료로 쓰이는 것을 본 것이 직접적 계기였다"고 전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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