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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기상캐스터 승마도전기/자유의 질주… "말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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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기상캐스터 승마도전기/자유의 질주… "말 달리자"

입력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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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대지를 적시기 시작한 지난달 28일 오후. 이정민(31) KBS 기상캐스터는 말을 타고 푸른 초원을 달리는 꿈을 실현하러 나섰다. 미지의 레포츠에 도전하는 두려움과 설렘에 들떠 운전대를 잡은 이씨는 도심을 벗어나 자유로에 접어들자 더욱 가속페달을 밟았다.경기 고양시 성석동 5,300평 터에 자리잡은 일산승마클럽. 맑은 야외공기를 마시며 초입에 들어서자 멀리서 말들의 시원스런 질주가 눈에 들어온다. 앞쪽 두발을 힘껏 든 백마의 모습은 하나의 물음표(?)가 춤을 추는듯 보인다. 초등학교 4년생부터 60대후반으로 보이는 노인층까지 남녀노소가 승마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귀족 레포츠'로 불리며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승마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다른 운동과 달리 살아있는 생물인 말과 직접 교감하며 즐기는 이색 레포츠이기 때문. 또 신체 각 부분의 평형감각과 유연성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대담성을 갖게 한다는 것이 승마인들의 자랑이다.

"한번 빠지면 못 베겨요"

"겨울내내 생각한 올해의 목표는 레포츠 한가지를 꼭 내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어요. 방송일의 스트레스를 날려보내고 한번 접하면 도저히 빠져들지 않고는 못 베길 만큼 재미있다는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승마를 택했죠."

승마복으로 갈아 입은 이씨. 마방에 들어서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뛰쳐 나왔다. "푸르르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큰 몸집의 말이 코앞에서 웅장한 입소리를 낸 것. 그러나 정작 놀란 쪽은 말이었다. 9살짜리(사람의 30살정도 해당) 수놈 '카이저'를 데리고 나온 김준성 교관은 "말은 자기 그림자만 보고도 놀랄 정도로 겁이 많은 동물이예요. 말 눈을 쳐다보면 무서워서 안 따라와요. 사람 눈이 동물중에서 가장 무섭데요."라고 친절히 설명해줬다. 다리가 늘씬하게 뻗어 있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말등에 조심스럽게 올랐다. 말등의 높이는 무려 170㎝. 막상 올라타니 높이가 만만치 않다.

"쭛쭛쭛(출발)" 혀 차는 소리와 함께 발꿈치 뒤쪽으로 말의 배쪽을 누르자 신기하게도 꿀럭꿀럭 말이 걷기 시작한다. 고삐를 잡아 당기며 "워워"하자 말이 가다가 선다. "그다지 어렵지는 않네요. 거칠게 몰아 쉬는 말의 숨소리가 정겨워요.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있긴 하지만…." 이씨의 성급한 자만심은 10분간의 평보과정 내내 지속됐다.

구름에 뜬 것 같은 묘한 느낌

폭풍전야와 같은 경속보와 속보 단계를 무사히 넘긴 20여분후 교관의 명령이 떨어졌다. "구보!" 카이저가 갑자기 속도를 냈다. "따가닥 따가닥" 삼박자 발굽소리를 내며 카이저는 시속 40㎞로 거침없이 달렸다. 이씨는 앞뒤로 상하로 요동치고 허공으로 튕겨져 나갈 것 같은 초긴장 상태. "허리 펴세요. 안 떨어져요." 이씨는 교관의 지시에 따라 허리를 꼿꼿히 세우며 5분동안 무아지경의 스릴을 만끽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속도감에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말에게 몸을 맡기고 리듬을 타니 구름에 뜬 것 같은 묘한 느낌이었어요." 땀방울이 흥건히 밴 이씨의 얼굴엔 만족감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9년차 베테랑 기상캐스터 이정민씨는 여의도 방송국으로 향하는 내내 "말과 고삐 하나로 통할 수 있다는 친근감이 좋았다"며 "오늘은 저녁7,9시 뉴스 뒤 날씨예보에서 좀더 상쾌한 얼굴로 시청자들을 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이씨는 "당장 남편을 설득해서 나란히 자연 속에서 달리는 외승(야외 승마)에 도전하고 싶다"고 열을 올렸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변비에 좋고 살빼기 그만 수강료 月20만∼40만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면 골프, 1만5,000달러면 승마, 2만달러면 요트 붐이 분다는 얘기가 있다. 골프 대중화가 한창 진행중인 우리나라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승마에 푹 빠진 사람들로 넘쳐날 것이라는 예측도 그래서 나온다. 부유층에 국한된 고급 레포츠로 알려져 있지만 생각보다는 부담이 크지 않아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IMF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5만명 정도였던 승마 마니아는 현재 3배 이상 늘어나 15∼20만 가량 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골프인구가 200∼250만명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증가세는 괄목할 만 한다.

승마는 한겨울에도 땀에 흠뻑 젖을만큼 격렬한 운동이다. 전신운동으로 하체가 강해지고 허리가 유연해지며 다이어트 효과로는 제격이다. 골반 등 평소 안쓰는 근육을 사용하게 되고 말의 움직임에 따라 상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장(臟)운동이 저절로 된다. 일산승마클럽 임동원 원장은 "변비 환자가 운동한지 3주만에 치유될 정도"라며 "남자들에겐 전립선 질환을 없애주며 어린이는 자세 교정과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어 가족단위 회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초보자는 수강료가 월 20만∼40만원 수준이며 헬멧과 장갑, 부츠 등 기초장비는 승마장에서 무료로 대여하기 때문에 조끼와 면바지 등 간편한 옷차림이면 준비가 끝난다. 쿠폰제는 1회에 3만5,000원∼4만원 정도.

일산승마클럽의 경우 여성회원이 80%가량 되며 대부분이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다. 매주 화∼일요일(월요일 휴무) 오전7시∼오후7시 원하는 때에 8회 자유기승할 수 있다. 강습료는 40만원. 031―977―0227 www.ilsanhrc.co.kr

승마용품 전문점 '산다 새들러리' 02―715―3189 운악승마클럽(www.unakclub.com) 031―528―3741 김포승마클럽 031―987―1110 경기승마공원(www.kkhorse.com) 031―533―5721 뚝섬승마클럽 02―463―8565 한국마사회 승마교육원 02―509―1671

/박석원기자

■초보자 승마수칙 10계명

칭찬해 줘라. 목덜미를 쳐주며 친근감을 표시해야 한다. 말은 보통 2∼3살 어린이의 지능을 가졌다.

말에게 접근할 때는 반드시 앞쪽에서 다가가야 한다. 후미에 서있다 뒷발에 차일 수 있다.

고삐의 조작을 부드럽게 하라. 말의 입속에는 금속 재갈이 물려 있다.

낙마할 경우 고삐를 잡고 있으면 머리와 팔의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말위에서 절대 불안해 하지 말라. 떠는 것을 말이 피부를 통해 느낀다. 초보자가 타면 말도 불안해 한다.

급격한 회전시에는 서행하라. 일정한 방향으로 운동 중인 말은 원심력이 있어 기승자가 낙마할 수 있다.

승마를 할 때는 반드시 헬멧을 착용하고 턱끈을 메야 한다.

다른 말과 나란히 갈 때는 좌우 2m 전후 4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말 앞쪽에서 말을 야단치지 말라. 말이 놀라서 발을 번쩍 들 수 있다.

말 근처에 있을 때는 말의 다리를 조심해라. 사람의 발을 밟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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